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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日스모 인기, 이유는 '여성차별'
불붙은 日스모 인기, 이유는 '여성차별'
21세기에도 여전한 금녀의 공간 '도효(씨름판)'
  • 도쿄=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4.0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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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교토(京都)의 마이즈루(舞鶴)에서 열린 스모 대회에서 마이즈루시 다타미 료조(多々見良三, 67)시장이 인사를 하려고 '도효(씨름판)'에 올라갔다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다. 마침 관중석에 있던 여간호사가 급하게 올라와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무사히 응급처치가 진행되던 찰나, "여성은 어서 도효에서 내려가라"는 아나운스가 여러 번 흘러나왔다. 결국 인공호흡을 하던 그 간호사는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일 '도효(씨름판)'위에서 인사를 하던 마이즈루시 다타미 시장이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졌고, 관중석의 간호사가 재빨리 등장해 응급처지를 했지만, 스모협회는 "여자는 어서 씨름판 위에서 나가라"고 방송한 후, 소금을 뿌려 비난을 받았다. <출처=네티즌 촬영>

간호사는 자리를 떠난 후 "인명구조를 하는 중에 왜 그런 방송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간호사가 내려간 후 도효에는 소금이 뿌려졌다. 인명구조를 하다가 쫓겨난 이 간호사의 이야기는 일본국내 뿐만 아니라 각국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일본의 여성차별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즈는 '남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도 여성이 도효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라는 기사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신성한 스포츠 중에 하나인 스모의 차별적인 습관이 여론의 냉정한 시선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모협회측은 여성이 도효에 오를 수 없는 이유로 ‘신성’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응급처지에 관해서는 전세계적인 비난이 일자, 스모협회는 "행사를 진행하는 담당자가 동요해서 튀어나온 말”이라며 "인명이 걸린 상황이었는데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일본 전통스포츠이자 국기인 스모는 벌거벗은 남자들이 나와 서로를 밀어내고 던지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일본인 선수가 줄어들면서 하와이, 몽골 선수들이 눈에 뜨인다. <출처=일본스모협회 홈페이지>

스모는 기원전 20년대에 발생한 스포츠로, 점차 마쓰리(축제)에 동원되면서 태평천하, 자손번영, 오곡풍양 등을 기원하는 종교적 의미가 강해졌다. 그러나 스모가 원래 여성을 배제하던 스포츠는 아니었다. 역사서 중 ‘스모’가 등장하는 '일본서기'에는 궁녀들이 스모를 했던 모습이 담겨 있고, 무로마치(室町)시대 때는 비구니들이 스모를 했던 역사도 있다. 그러나 에도시대부터 여성은 불결하다며 스모를 보지도 못하게 했고, 1872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다시 스모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되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여성에게 다시금 스모를 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여성에게 스모를 볼 기회는 다시 돌아왔지만, 도효에 설 권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여성이란 이유로 도효에서 쫓겨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8년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전국어린이스모 도쿄 아라카와구 예선에서 우승한 여학생이 결승전에는 진출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스모협회는 ‘국기관(国技館)의 도효에는 여자가 오를 수 없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노동성의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真弓) 부인청소년국장이 스모협회에 항의를 했지만, 스모협회는 결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 모리야마 국장은 1989년,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에 취임하게 된다. 모리야마 장관은 1990년 첫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직접 트로피를 수여하고 싶다고 했지만, 스모협회는 도효에 올라가서 상을 주는 일은 사양해달라며 완곡하게 거절했고, 결국 모리야마 장관조차도 여성으로서의 벽을 깨지는 못했다. 

어린이 스모경기에 여자 아이도 참가할 수 있지만, 혹시 우승을 하더라도 여전히 국기관 결승전에는 출전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지위의 여성도 도효에는 오를 수 없다. 지난 6일에는 효고현 여성시장이 이 금기의 벽에 도전했다가 또 한 번 쓴맛을 맛봐야 했다. 

지난 6일 '도효(씨름판)'위에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다카라즈카시 나카가와 시장은 "여자란 이유로 도효 위에 오를 수 없어서 억울하다"고 밝혔다. <출처=효고현 지역 방송>

효고현(兵庫県)다카라즈카시(宝塚市)에서 스모경기가 열린 날, 나카가와 도모코(中川智子)시장은 남성 시장처럼 도효 위에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스모협회는 도효 옆에 작은 단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인사하도록 했다.

‘도효’제공을 거부하고 별도의 단을 만들어 여성시장에게 제공한 스모협회의 대응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여성차별로 인해 스모계에 대한 주목이 집중되면서, 스모경기 티켓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7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당일 발매된 여름스모경기 티켓 예매권은 발매 즉시 동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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