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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싹쓸이쇼핑'에 日 "화장품 구매제한" 골머리
중국인 '싹쓸이쇼핑'에 日 "화장품 구매제한" 골머리
유커 싹쓸이쇼핑 제한···브랜드 이미지 하락·품절 방지가 목적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4.0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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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증가하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 그 가운데서도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관광객 가운데 한국과 함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들 중국인 관광객에게 고품질의 일본산 화장품은 단연 인기다. 덕분에 일본 화장품 회사들은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리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매출 호조를 가져다주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산 화장품 ‘바쿠가이(爆買い・싹쓸이 쇼핑)’의 이면에 인기 화장품의 품절 속출, 전매(轉賣) 목적 구매 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급기야 화장품 회사들은 고육지책으로 고객들의 화장품 구입 개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4월의 첫 금요일, 벚꽃 시즌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도쿄에는 여전히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긴자(銀座)역과 연결된 미츠코시(三越) 백화점 지하 1층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중국어가 쏟아졌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1층 화장품 매장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미츠코시 백화점 시세이도 매장 앞의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최지희 기자>

매장마다 길게 늘어선 줄은 대부분이 물품 구매를 위해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이들을 상대하는 직원 역시 중국 이름을 명찰로 단 중국인이었다. 화장품 매장이 모여 있는 지하 1층 플로어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 절차를 돕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는데, 그 입구에는 아예 중국인만을 전담하는 두 명의 직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끊이지 않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미소로 응대하는 이들 역시 일본어가 능통한 중국인으로, 인근 관광지부터 택배 안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되는지 묻자 “80% 이상”이라고 답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벚꽃 시즌에는 유럽 관광객도 상당수 있지만 중국인의 비율이 워낙 높아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에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서비스 창구 입구에 중국인 전담 창구가 따로 마련되어 관광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산 화장품 가운데서도 시세이도(資生堂), 고세이, 폴라 3사의 매출액 중 방일 관광객이 사들인 액수는 2015년 약 505억 엔에서 2017년에는 80% 증가한 939억 엔을 기록했다. 시세이도와 폴라는 2017년 12월 분기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고세이는 18년 3월 분기 결산에서 최대 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2015년경부터 대량으로 구매된 화장품들이 중국 웹사이트, 드러그 스토어 등에서 되팔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판클(FANCL)의 경우 정규 상품은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배송비와 관세가 더해져 일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본에서 ‘바쿠가이’ 해온 상품을 정규 상품보다 싸게 전매하는 업자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판클은 올해 2월부터 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인기 상품인 ‘마일드 클렌징 오일’을 고객들에게 ‘1주일에 한 사람 당 10개’로 제한해 구입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중국에서 정규 판매점이 아닌 루트로 팔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을 막고, 정규 판매점이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편 방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들 화장품의 인기가 급증하자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고세이, 시세이도는 최근 일부 상품에 대해 ‘품절 방지’를 이유로 구매 개수를 ‘1인 1개’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입 제한 조치에 대한 효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백화점의 매장 담당자는 “최근에는 이런 제한 때문에 중국인 브로커들이 수 십 명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원래 다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서 브로커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화장품 회사들로서는 중국인 관광객은 매우 중요한 고객이면서도 전매는 우려되니 딜레마”라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3월 27일 열린 시세이도 주주총회에서는 상품이 대량으로 팔리는 면세점에 상당수의 화장품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우오타니 마사히코(魚谷雅彦) 사장은 이를 부정하면서도 일부 상품의 품절 상태는 인정하며 “현재의 최대 경영 과제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방일 외국인은 현재 화장품 회사들에게 있어 매출 실적을 높여주는 가장 고마운 고객이다. 하지만 전매와 품절 속출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 및 기존 고객의 반발을 불러오는 골치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일본 화장품 회사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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