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일이 밝혀진 지난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 쳤고,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도 참패를 맛보았다. 이후 아베정권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사건을 무기삼아 지진과 홍수 때만 울리던 비상경보시스템 ‘J알럿’까지 울려가며 위기감을 조성시켜 떨어졌던 지지율을 50%대까지 끌어 올렸다.

이후 높은 지지율 덕에 세간의 기억 속에 점차 잊혀져 가던 모리모토 스캔들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재무성이 국유지 매각 관련 공문서를 조작해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아베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삭제한 것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급기야 지난 3월초 재무성은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된 문서에 아베 아키에 여사와 각료 경험자 등 여러 정치인의 이름 등을 삭제하는 등 14건의 문서조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더불어 이 스캔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재무성 50대 직원이 ‘본청의 지시로 문서를 고쳤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연히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어졌고, 아베 내각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26일 닛케이신문 지지율은 지난번 조사와 비교해 14포인트 하락한 42%, 마이니치 신문도 지난달과 비교해 12포인트 하락한 33%로 나타났다. 마이니치 여론 조사로는 아소 타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54%, 아베 총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아베 총리 사임, 아베 내각 해산 시위는 지난 13일에 시작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30일에는 주최측 통계로 1만 2000명이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아베 내각은 현재 국내 지지율 회복 및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한과 물밑 교섭을 시작했다. 29일 스가관방장관은 6월초 북일회담에 대해 “북한과 베이징 대사관 루트로 다양한 기회외 수단을 통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고, 30일 NHK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가 불가결’하며 ‘일본정부가 북미정상회담 향방을 지켜본 후에 북일정상회담을 실시하는 방안도 포함해 북한과 물밑조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아베 내각은 북핵 및 북미사일 문제보다 납치문제를 거론하고 나왔는데, 아베 총리 자신이 과거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북한에 동행하면서 정치가로 급부상한 전력이 있어서, 그 시절의 인기를 북일회담으로 만회해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4일 옴진리교의 사형수 13명 중 7명이 도쿄구치소에서 별도 구치소로 이송되었다. 사형집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5년 지하철 독극물(사린) 테러를 일으켜 13명이 사망하고 6300명이 부상 당한 사건의 주모자들이다. 옴진리교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런 사형집행은 사학스캔들에서 눈을 돌리려는 현정권의 꼼수라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숙원인 헌법개정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자민당이 공개한 헌법개정안의 핵심은 자위대 조항이다.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 1항인 전쟁 및 무력포기와 2항인 전력보유 포기는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헌법 9조2라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기존 9조 1항 2항이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조치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즉, 기존은 평화헌법을 지키자는 이들을 배려해 9조 1항, 2항을 그래도 두었고, 헌법을 바꾸자는 보수파들을 위해선 별로의 조항을 넣는 모순된 헌법을 제시한 것이다. 

과연 이 양쪽 입맛에 맞춘 헌법이 대안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를 해야하는데 일단 아베 내각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한 개헌국민투표는 이뤄지지 않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이런 개헌안이 나오자,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반대성명과 호소문이 쏟아지고 있고,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외국어대학 이세자키 겐치(伊勢崎賢治) 교수 등은 ‘헌번 9조 2항을 유지하면서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것은 모순이며, 그런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는 국민투표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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