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전국 8개 점포 문 닫아... ‘탈(脫) 백화점’이 살 길?

일본에서 백화점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부터 폐점하는 백화점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8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바현 후나바시시(千葉県船橋市)에 위치한 ‘세부 후나바시점’과 효코현 히메지시(兵庫県姫路市)의 ‘야마토야시키 히메지점’이 폐점했다. 21일에는 지바현 마쓰도시(千葉県松戸市)의 ‘이세탄 마쓰도점’이 문을 닫았으며, 올 6월에는 나고야(名古屋) 시민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마루에이 백화점’도 작별을 고하게 된다. 요미우리신문은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 홀딩스의 경우 이세탄 마쓰도점의 폐점은 지난해 지바시와 도쿄도 다마시(多摩市)에 이은 것이어서 무더기 백화점 폐점 사태를 예고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폐점하는 백화점의 대부분은 지방점이나 대도시 주변의 교외점이다. 지방점의 경우 인구 감소와 함께 백화점을 찾는 고객 자체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교외점들은 백화점에 비해 저렴하면서 대형 주차장을 갖춘 쇼핑몰에게 고객을 빼앗기며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급증하는 인터넷 통신 판매 이용률은 백화점 업계에 큰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아마존의 일본 국내 매출은 약 1조 3천억 엔으로 백화점 업계 중 최대 규모인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의 매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 앞 스크램블 교차로 <사진=최지희기자>

그런데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도쿄와 오사카 등 유명 관광 도시에 위치한 백화점은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수와 매출을 매달 집계하고 있는데, 중국, 한국, 대만, 홍콩, 태국(최다 방문국 순) 등 아시아 권역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이 일본산 화장품, 식품 등 일상품부터 명품 브랜드, 보석 및 시계 등 고액 상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구매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 <사진=최지희기자>

작년 일본 전국의 백화점 매출이 전년과 비교하여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도 이들 외국인 관광객이 도쿄와 오사카 등의 주요 도시에 입점한 백화점을 방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 관광청의 집계에 따르면 두 차례 이상 방일한 ‘리피터(단골)’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방문횟수가 많아질수록 소비액도 늘어났다. 때문에 일본 백화점업계는 채산성이 악화된 지방 및 교외에서 철수하는 대신 외국인 쇼핑수요가 탄탄한 대도시에 점포를 집중시키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매출에 있어 대도시 집중과 높아지는 외국인 관광객의 의존도를 문제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 “백화점의 명품숍은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면 장사가 안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다무라 아키히코(田村明比古) 관광청 장관은 “리피터 여행자는 주로 부유층”이라며 “지방 체험 상품 등 새로운 매력을 알려서 다시 일본에 오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백화점 업계는 ‘이대로 가면 존속의 위기에 직면한다’는 경계심과 함께 ‘탈(脫) 백화점’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백화점들 가운데는 매장 일부를 가전양판점이나 가구전문점 니토리, 의류전문점 유니크로 등에게 임대하거나, 편집숍을 모은 패션 빌딩 등으로 바꿔 안정된 임대 수익을 얻는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마루마쓰자카야(大丸松坂屋) 백화점을 운영하는 J프론트리테일링은 작년 도쿄 긴자(銀座)의 새 명물로 떠오른 럭셔리백화점 ‘긴자식스’를 개업한 데 이어, 올 가을엔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에 대형쇼핑센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도쿄 긴자식스의 내부 모습. 일본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붉은 점박이 호박들이 천장에 걸려 있다. <사진=최지희기자>

또한 ‘체험으로서의 럭셔리’가 유통시장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쇼핑 공간에서 무엇을 체험하느냐가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히는 가운데, 기존의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건물의 건축미와 공간의 예술미에 더해 전통 문화까지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긴자식스’의 경우처럼, 이제는 물건만을 파는 게 아니라 물건에 담긴 맥락을 부각시키면서 쇼핑객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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