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규모 사카이점 오픈···매장면적 절반 식품코너로 활용

연평균 두자리수의 성장율을 기록하며 한국 진출 13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한국내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무인양품(Muji, 無印良品)이 세계 최대규모의 매장을 지난 20일 오사카 사카이에 오픈했다. 표준형 매장 면적 5배의 크기를 자랑하는 사카이 점의 특징은, 매장 면적의 반 이상을 식품 코너로 할애해 다소 높은 가격으로 산지에서 직송한 생선이나 육류, 유기농 야채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는 고급잡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무인양품이지만, 일본내에서는 저가격 이미지가 지난 40년 간 이어져 왔다.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 전략으로 '음식'을 선택한 무인양품, 그 속내를 들여다 보자.

과일류도 정갈하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사진=무인양품 홈페이지>

사카이점의 매장면적은 약 4300평방 미터에 달한다. 높은 천정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한 매장 한켠에 자리잡은 해산물 코너에는 산지에서 직송한 다양한 해산물과 신선한 생선 들이 즐비하다. 이어지는 정육코너에는 100그램에 1천엔이 넘는 미야자키산의 흑모와규나 오키나와산 아구(돼지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중앙의 유리주방 옆에 마련된 48석 분의 푸드코트에서는 수제요쿠르트, 카스테라, 해물덮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인 도쿄의 유락쵸점 일부 층에서 유기농 야채나 과일을 취급하고 있지만, 전체 매장의 절반을 식품코너로 만들어 취급하기 까다로운 생선이나 육류까지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불과하며, 지금까지 생활 잡화를 주력삼아 성장해 온 기업이 음식을 메인으로 한 매장을 연 것이다. 

무인양품의 실적은 순풍에 돛 단 듯하다. 직영 매장의 월별 매출은 12개월 연속 전년 매출을 웃돌고 있고, 2018년 2분기도 사상 최고 이익을 갱신할 전망이다. 무인양품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이 높은 의류로 의식주 토탈 라이프를 지향하는 회사로서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식품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카이점과 같이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은 이번 시도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야채는 유기농 제품으로 일일이 낱개 단위로 포장되어 판매된다. <사진=무인양품 홈페이지>

무인양품과 같이 매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모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점 빈도다.  잡화 및 의류는 월 평균 1~2회 방문이 고작이지만, 식재료의 경우 매주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잡화 구매 목적으로 방문한 김에 식재료를 사게 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드러그스토어 등이 식품판매에 적극적인 것도 이러한 효과 때문이다. 즉, 무인양품의 식품강화 전략의 숨은 의도는 내점 빈도수를 끌어올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옷이나 가구 등 명확한 구매 목적이 없거나, 무인양품의 오리지널 상품 애용자도 아닌 소비자들에게 내점 동기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식재료는 성별이나 세대를 불문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만큼 매장 방문 계기를 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보기에도 신선함이 뚝뚝 흐르는 해산물 코너. 대부분 산지직송을 자랑한다. <사진=무인양품 홈페이지>

두번째 이유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재정립이다. 신선식품은 무인양품의 '안심·안전' 이미지와 부합되는 만큼 고급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원산지 표시위반이나 농약 검출사건이 종종 세간에 알려지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나 인근의 슈퍼마켓과는 달리 다소 비싸더라도 산지 직송이나 유기농 등, 식품 안전을 강조함으로서 생활 잡화 판매만으로는 어필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고품질의 신선식품으로 고급지향의 소비자들을 최대한 흡수해 고착화된 저렴한 가격의 잡화 전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급화 전략인 셈이다.

무인양품이 이처럼 과감히 식품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에서의 성공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서의 무인양품 이미지는 다소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으며, 영업이익률이 16%에 달해 일본 내 영업이익률 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무인양품 호텔이 개장되기도 했다.

확트인 공간에 위치한 베이커리. 엄선된 일본산 밀가루와 쌀가루만을 사용해 빵을 만든다. <사진=무인양품 홈페이지>

하지만, 현재 일본의 모든 드러그스토어, 인터넷쇼핑 등 소매업체들이 식품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고, 식품은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만큼 차칫 트러블이 발생하게 되면 무인양품이 그간 구축해왔던 '안심·안전'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붕괴될 수 있어, 결코 쉽지 않은 분야인 것 만큼은 틀림없다.

소재의 맛을 살린 심플한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브랜드를 확립한 무인양품. 식품 분야에서도 타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집스러움으로 새로운 팬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인양품은 1980년 12월 일본 유통그룹 세이유(西友)의 자체 기획상표(PB)로 출발해 1989년 6월 별도 기업으로 독립한 제조·유통사 양품계획의 홈퍼니싱 브랜드다. 2017년 2분기 기준 매출액은 3332억 8100만 엔으로 니토리와 함께 일본 홈퍼니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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