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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절망의 '취업빙하기' 세대, 그들은 지금
日 절망의 '취업빙하기' 세대, 그들은 지금
버블붕괴후 노동자파견법, 비정규직 양산 촉매제로
  • 이준 기자
  • 승인 2018.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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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한파 속 구직포기자, 불안정한 일자리 전전
50대 남성 4명 중 1명 결혼 못해···미혼동거 급증

삼포세대. 연예, 결혼,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로 2011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기획시리즈인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신조어다. 이같은 자조적인 용어가 생겨난 배경에는 극심한 취업난과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깔려있다. 현재 20대인 이들 삼포세대는 향후에도 치솟는 집값,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완전고용에 이른 일본이지만 25여 년전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던 일본의 청년들은 오늘날의 한국과 같이 혹독한 고용한파 속에서 구직을 포기해야만 했던 시기를 거쳤다.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현재 일본의 40~50대.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본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세대별로 나누어 보면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특히 '단카이세대'라고 하는 제1차 베이비붐세대(1947~1949년생)의 자녀들에 해당하는 '단카이주니어세대(1971년~1974년경 출생)' 인 40대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임금구조 기본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6년 정규직의 소정내 급여(6월분)는 평균 32만 1000엔으로 4년전에 비해 4700엔 늘어났지만 40~44세는 4500엔, 45~49세는 7000엔이 각각 줄어들었다. 20~34세와 55~64세 연령대의 임금이 7000~8000엔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일손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인력확보 차원에서 청년층을 우선으로 임금인상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의 연공서열 임금구조상 45~49세의 월수입은 평균 37만8000엔으로 20~30대와 60대 이상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일반적으로 이 연령대에서는 일손부족을 우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풍부한 인력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이들 연령대의 임금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정규직 수는 40~49세가 가장 많은 965만 명에 달한다.

이미 은퇴시기를 맞이한 단카이세대 다음으로 출생자수가 많았던 현재의 40대에서 정규직 수가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단지 풍부한 노동력만이 40대가 임금인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요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현재의 40대는 이른바 '취업빙하기'에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비정규직이나 단순노무직 등을 전전하다가 전문적인 기술과 경력을 쌓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임금인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일본은 단카이세대가 30~40대일 때 부풀어 오른 버블이 40대 후반~50대 시기에 꺼지면서 극심한 취업한파가 몰아닥쳤다. 일본의 고용환경이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본격적인 취업빙하기가 도래한 것이다. 현재는 매년 1000명 규모의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대형 시중은행도 당시에는 채용규모를 대폭 줄인 탓에 취업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채용규모 축소경향은 은행 뿐만 아니라 대형제조사, 철도회사 등 산업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일본 통계청의 유효구인배율 추이를 보면 1991년 1.34배에서 1999년 0.49배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구직자는 100명인데 일자리는 49개 밖에 없었다는 얘기로 당시 고용한파가 얼마나 매서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에는 극심한 취업난에 구직포기자가 속출했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버블 붕괴 이전인 1985년 일본 정부가 노동자 파견법을 제정하면서 파견사원을 제도적으로 허용한 후, 1999년과 2003년 연이어 고용 다양화라는 명목하에 파견기준을 완화해 파견사원제를 단순 노무직뿐만 아니라 사무직, 소프트웨어와 같은 업종까지 확대한 것과 괘를 같이한다.

기업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규직 채용을 억제하는 가운데 저임금으로 일손부족을 메울 수 있는 노동자파견법이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됨에 따라 기업들은 앞다투어 정규직 대신에 비정규직 사원을 고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원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교원채용시험에 떨어진 사람을 임시로 채용한 후, 정규교원과 동일한 업무를 맡겼다.

기업들도 핵심업무는 본사가 직접 담당하면서도 부수적인 업무는 자회사를 만들어 넘기는 등 인건비 억제정책에 혈안이었다. 예를들어 공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자회사가 공장을 대신 운영하고 직접 파견노동자나 하청노동자를 고용해 급여를 낮추는 방법들을 이용했다. 파견회사가 대기업의 자회사인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이 인재파견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모회사인 대기업에 사원을 파견하는 형태다. 기업들 중에는 정규직보다 파견제 사원이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일본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7년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한국보다 더 심각해 전체 임금근로자 5460만명 가운데 37.3%에 달하는 2036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총 2036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55세에서 64세로 20.7%였다. 그 다음으로  45세에서 54세가 20.3%, 35세~44세가 18.3%, 65세이상이 15.5%, 25세에서 34세가 13.5%,15세에서 24세가 11.8%를 차지했다. 

정확하게 취업빙하기 세대를 나누어 놓은 통계는 없지만, 버블 붕괴 후 90년대 초반부터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실업률은 계속 높아져 1999년에는 4.7%, 2000년 3월에는 5.2%로 전후 최고치를 갱신한 것을 미루어 볼때 앞서 통계의 45세에서 54세가 가장 혹독한 취업빙하기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미 은퇴시기에 접어들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55세~64세를 제외하고는 이들 연령대의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셈이다.

또한 노동조건 등도 매우 열악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시급기준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50세에서 54세 연령대로 정규직이 2403엔을 받을 때 비정규직은 1259엔을 받아 정규직 시급의 절반 남짓 밖에 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뿐만 아니라, 각종 보험, 연금, 퇴직금, 상여금 등의 격차도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퇴직금 제도 적용을 받는 정규직이 80.6%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9.6%에 그치는 등 이들 연령대의 비정규직은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들 히키코모리의 출현은 취업빙하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되는 원인 중 대부분은 취업실패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낮은 취업률과 질낮은 일자리는 미혼율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일본 총무성의 2012년 취업구조 기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수입이 낮은 남성일 수록 미혼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수입 200만엔 미만의 워킹푸어 계층의 경우 미혼율은 60%에 달한 반면 연수입 800만엔 이상의 고소득자의 경우 미혼율은 10%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삼포세대'가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듯이 일본의 '히키코모리'도 취업실패로 인해 연애와 결혼까지 포기하게 되는 삶을 강요당했다고 볼 수 있다. 

혹독한 고용한파 속에서 구직 포기를 강요당해야 했던 50대의 생애미혼율이 치솟는 것도 문제다.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무렵부터다. 2015년 기준 만 50세까지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생애미혼율은 남성의 경우 23.5%, 여성이 14.7%에 달한다. 

이들 생애미혼 1세대들이 부모와의 동거를 선택하는 '미혼동거'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미혼이라도 부모와의 동거가 드물던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동거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부모수입에 의존하는 사람이 60%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의 '미혼동거' 증가가 심각한 것은 바로 이점이다. 미혼인 채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부모를 부양하는 부양 목적의 동거보다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수입에 의존해 동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의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40~50대 중장년 미혼자 중 절반가까이는 정상적인 사회복구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건강하던 부모가 병에 걸리거나 죽고나면 가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일본의 한 50대 남성은 "부모가 죽고나면 남는게 하나도 없다. 오로지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계속 일을 하고 싶지만 정규직의 벽은 높기만 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이 한스럽다"며 자신을 저버린 일본사회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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