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독한 감기몸살 약 먹고 푹 자고 일어났더니(7일차, 23일) 목소리가 잠겨 헬륨가스 마신 것처럼 변하고 기침도 심했지만, 몸의 기력은 어지간히 돌아와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기로 한다. 꼭 한번쯤은 타보고 싶었던 패러글라이딩이라 무서움 반 설렘도 반이다. 포카라 사랑곳은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명한 곳이란다.

패러글라이딩에 앞서 사무실에서 개인정보 및 비상연락망을 적게 된다. 혹시 타다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떨리고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비상연락망 번호는 한국에 있는 딸 번호를 적으며 자못 비장함을 느낀다.

다시 차를 타고 패러글라이딩 장소인 사랑곳으로 이동하는데 30-35분가량 걸린다. 지프차들이 끝도 없이 그 좁은 도로를 요리조리 피해 올라가고 내려간다. 패러글라이딩 대기 장소에 올라 헬맷과 낙하산을 맨 채로 2인 1조로 바람을 기다려 ‘run run’ 조종사의 외침과 함께 붕 떠서 날아올랐다. 순식간이다.

세계3대 패러글라이딩 포카라 사랑곳에서 패러글라이딩 <사진=이승휴기자>

‘와아, 하늘을 난다’ 발아래로 포카라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다랑이 밭, 학교지붕과 숲, 성냥갑만한 집들과 페와 호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옆으로 눈을 돌리니 독수리들과 패러글라이딩 풍선들이 한데 어우러져 둥둥 떠다닌다. 막상 타고 보니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밋밋하기까지 하다. 팔을 벌려 바람을 느껴본다. 좌우로 속도감을 내니 스릴이 조금 난다. ‘한 바퀴 돌아달라고 할까?’하다 쓸데없이 모험심을 발휘하다 큰 코 다칠 거 같아서 조용히 하강했다. 새로운 경험이 늘 짜릿한 것만은 아니다. 패러글라이딩 후 한두 명은 속 울렁거림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난 너무 멀쩡했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려 이루어졌다는 페와 호수로 이동 뱃놀이(발로 페달을 돌려야 함)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현지 춤을 감상하며 먹었는데 롯지에서의 음식이 그립다. 마지막 숙박이다. 내일은 카트만두로 가서 간단한 쇼핑 후 가이드 수남 초대로 집 가서 저녁 먹고 공항으로 이동 한국으로 돌아간다. 저녁 먹고 낙오자 없이 트래킹 완주와 일정 모두 소화해 낸 것을 자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려 이루어졌다는 페와 호수 전경 <사진=이승휴기자>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8일차, 24일) 버스로 6시간 멀고도 길다. 중간에 간식도 사 먹고 간단한 국수로 점심도 때웠다. 도로가 엉망인 카트만두는 먼지 천하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어마무시하다. 상점마다 뽀얀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경보 발령 정도는 애교에도 속하지 않을 정도로 약한 편이다. ‘이런 먼지 구더기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싶은데 네팔인들은 마스크 쓴 사람도 별로 안 보인다. 

가게에 내걸린 생선 말린 것 <사진=이승휴기자>
길거리 과일가게 <사진=이승휴기자>

그냥 일상인지 해맑다. 빨래를 밖에 다 걸어두었는데 먼지를 뒤집어써 빨래를 하나마나 일 것만 같다. 그저 도로나 사람이나 자동차 할 것 없이 뿌옇다. 온 도시가 먼지투성이다. 카트만두 도착 후 박타푸르(힌두교 원숭이 사원)를 둘러보고 시장에 들러 간단하게 장 보고 가이드 수남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사원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놀러 나온 현지인들도 많아 북적거렸다. 힌두교 사원이라는 말만 듣고 설명을 못 들어서 한 바퀴 휙 둘러 나오기 바빴다. 사원 안에서는 무료급식을 하는지 빙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었고 무료결혼식과 무료피로연도 한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중세 유럽의 골목길을 걷는 기분도 잠시 느껴본다. 

사원 안에서 무료 급식 <사진=이승휴기자>

가이드 수남 집으로의 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손님 접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기분 좋았다. 한집에서 수남 형제들이 모여 산단다. 네팔에서도 장남의 의무가 크다. 수남은 장남은 아니지만 장남이 외국에 나가 있어 형 대신 장남 노릇을 하는 반듯한 가장이다.

수수로 만든 곡주 뚬바, 빨대로 마신다 <사진=이승휴기자>

조와 수수로 만든 곡주(뚬바, 우리나라 집에서 담그는 곡주랑 비슷함)를 3일 전에 담가 놓아 딱 맛있을 거라고 소개한다. 음식은 쿡팀 총괄 세프였던 수리야가 친구라 식사를 부탁해 놓았단다. 우리 일행은 솔직히 롯지에서 내려와서부터는 식사다운 식사를 못하던 차에 수리야가 음식을 한다 해서 기대감이 커졌다. 

마트에 들려 수남 아들에게 줄 과자와 선물을 사고 남은 루피 몽땅 모아서 번거로웠을 아내에게 주고 초대해준 답례로 별도 사례도 했다. 네팔의 교육열도 뜨거워 대학진학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를 한 친구들은 네팔어를 비롯 영어는 기본이란다. 아들도 어릴 때부터 이중 언어를 가르치는지 이름도 영어식이름이다.

역시 수리야의 음식은 최고다. 네팔에 와서 한국 찜닭의 맛을 제대로 맛보다니 원더풀!! 뚬바는 빨대로 빨아 마시는데 뜨거운 물을 계속 첨찬하면서 마시는 곡주라 갈수록 술맛이 연해지면서 맛있는지 여성일행들 쭉쭉 잘도 마신다. 이러다 은근 취할 터인데 비행기 타고 집에 갈 일만 남았으니 취한다 한들 맘은 편하다.

공항에서 네팔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광저우에서 갈아타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광저우 공항에서 4시간 체류와 도합 9시간 비행 13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내렸다. 정작 산에서 트래킹 하는 것 보다 가고 오는 여정이 더 힘든 것 같다.

대장으로부터 안나푸르나 인증서를 받아들고 나니 감개무량이다. 지금 생각 같아선 너무 고생스러워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지만 조금 지나면 슬금슬금 히말라야 설산의 무한 정경과 트래킹 하면서 느꼈던 무한 감동과 벅참, 오가는 사람들과 나눴던 인사와 저녁마다 마셨던 소주가 시립게 그리워질 때쯤 다시 가고 싶어질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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