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변주곡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
4가족이 함께 사는 독립된 형태의 공동주택. 1층에 사는 이가라시 다이키(마쓰야마 켄이치)와 이가라시 나나(후카다 교코)부부. 신혼 부부인 이 선남선녀 커플은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애정도 가득한 그야말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다. 그런데 불임이란 문제를 안고 있다. 같은 1층에 사는 건축가 히로세(마시마 히데카즈)와 사쿠(기타무라 타쿠미) 커플. 이 둘은 동성애자다. 자신들에게는 딱히 문제가 없지만 세상사람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2층으로 눈을 돌리자. 결혼을 앞둔 치히로와 료지 커플. 네일리스트인 치히로(다카하시 메어리 준)와 스타일리스트인 료지(히라야마 히로유키)는 잘 맞는 패셔니스타 커플이다.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으로 아이를 낳기를 기피하는 치히로는 료지의 전 부인이 사망한 후, 료지의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한다. 그 옆집에는 딸 둘을 키우는 고미야마 부부가 살고 있다. 가장 행복해 보이는 이 집은 남편이 회사를 퇴사한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아내는 아내대로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편의 실직을 감추려고 고군분투한다.
아무 문제도 없어보이는, 행복한 이들의 일상도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현실을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불임을 겪는 나나는 불임치료를 위해 스쿠버다이버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해 뒷담화를 들어야 하고 불임치료 자체가 그녀에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남편이 다이키는 그녀를 도우려고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건축가 히로세와 사쿠는 게이란 이유로 비난을 받고, 무엇보다고 둘 사이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히로세의 어머니와 화해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치히로와 료지는 달콤한 신혼기간 없이 아이를 키우는데 여념이 없다. 고미야마 부부는 이제 이혼 이외에 별다는 대책을 찾지 못한다.
드라마 속 가정 문제는 일본이란 사회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세타가야구는 얼마전 민족, 인종 차별 및 성적 소수자 차별에 관한 조례를 발표했다. 성적 소수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그려넣었고, 불임 치료에 관한 지식도 매회 전달하고 있다. 감정과 감정이 부딪쳐서 불똥이 튀는 드라마가 아니라, 어딘가 교훈적인 따뜻한 느낌의 드라마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애써 동성애자를 등장시켜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어필하면서도, 드라마 속 여성들은 하나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불임치료를 끝낸 나나조차도 내내 집안일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남편인 다이키는 소파에 앉아 주로 회사 일을 한다. 고미야마 부부의 경우에도 실직한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는 일은 없다. 게다가 아이들을 혼자 키운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불쑥 이혼서류를 내민 것도 남편이었다. 아이 공부에 관심이 많고, 남편의 성공을 바라는 아내는 악처쯤으로 여겨진다.
미국 드라마였으면, 게이 부부의 스토리는 게이가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고생이 주된 스토리가 아니라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금더 자세히 그려졌을 것이고, 불임에 고생하는 부부는 벌써 아이를 입양하는 식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엔, 이 드라마처럼 10화 내내 불임이야기와 성적소수자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게 사실 좀 안타깝기도 하다. 일본 사회의 느린 변화가 바로 이 드라마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보는 ‘다양성’에 관한 드라마였다. 그 다양성에서 외국인은 여전히 고립된 존재였지만 말이다. 왜 외국인이 이 공동주택에서 빠져있는지는, 일본이 아직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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