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일의 반려견 동반 관광지 도치기현 나스를 가다

“여기서부터는 강아지들 세상입니다. 마음대로 걷게 해주세요”

호텔 정문 오른편에 붙은 안내문을 보며 A씨 부부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가족처럼 키우는 애완견을 놔두고는 도무지 여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부부는 처음으로 개를 데리고 도쿄에서 자동차로 3시간여 떨어진 도치키현(栃木県) 나스(那須)를 찾았다.

숙박 전문 사이트를 통해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숙소를 검색했더니 예약한 곳 인근만 해도 비슷한 곳이 십여 군데가 넘어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부부가 선택한 곳은 반려견과 함께 취침 및 식사는 물론이고 온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주말, A씨 부부가 머문 호텔은 개를 동반한 가족들로 만실을 이뤘다.

도치키현 나스에 위치한 반려견 동반 가능 스파 호텔 <사진=최지희 기자>

호텔 방 안에는 반려견용 케이지를 비롯해 식기류, 미용도구, 청소도구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반려견용 식사도 사전에 주문해두었기 때문에 따로 집에서 준비해올 것이 없었다. 여장을 풀자마자 호텔 안과 바깥에 마련된 개운동장으로 향했다. 개의 목줄을 풀어 한참을 자유롭게 뛰어 놀도록 했다. 식사 후에는 기다리던 온천욕 시간을 가졌다. 주인과 개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가족 온천’은 단연 인기로, 온천욕을 즐기는 동안에도 반려견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서비스다. 

스파 호텔 안에 마련된 실내 개운동장 <사진=최지희 기자>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온천 <사진=최지희 기자>

나스는 원래 일왕 등 일본 왕족이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한 별장 소재지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다 2016년 2월부터는 새로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펫 투어리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A씨 부부가 머문 곳과 같은 관광 시설 68군데가 협의회를 만들어 ‘일본 제일의 친(親) 반려견 리조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관광 특구화하여 ‘가족의 일부’인 개와 함께 여행하길 원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곳으로 변모한 것이다.

나스는 펫 투어리즘 효과를 통해 현재(2016년) 연간 약 470만 명의 관광객을 5년 후 550만 명으로 늘리고, 숙박객 또한 만 명에서 10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스에 위치한 대형 아울렛. 주말을 맞아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방문객들로 붐볐다. <사진=최지희 기자>
반려견을 안고 입장이 가능함을 알리는 스티커가 점포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이밖에 전국적으로도 도쿄도 내에서는 힐튼 호텔(신주쿠)이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스위트룸을 제공하는 등 반려견 동반 여행객 증가에 따른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 리조트 회사들 가운데서도 기존 시설을 개조해 개와 함께 묵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승용차를 이용한 여행객이 많은 것을 고려해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개 급수시설 및 개 운동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운전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을 위한 전세 버스 투어까지 등장했다. 그간 일본의 관광버스 업계는 위생을 고려해 동반 탑승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으나 수요 증가로 인해 전용 차량 등을 제공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펫 투어리즘의 경제 효과에 대해 전국펫투어리즘연락협의회 관계자는 “그간 반려견이 있어서 마음껏 여행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여행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내수 진작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견 동반 가능 시설 내의 곳곳에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반면 업계 관계자는 “반려견 허용을 중단한 음식점이나 숙박시설, 공원 등 공공시설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 원인의 대부분은 개 주인들의 매너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나스의 숙소나 점포를 가도 반드시 ‘개 동반 시 주의사항’이 곳곳에 걸쳐 안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애완동물에 대한 주인의 의무가 법률로 엄격히 규정된 일부 유럽 국가와 달리 일본은 기준이 되는 법률이 따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오로지 개개인의 매너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견주의 의식 향상이 관련 산업 발전의 열쇠로 보고 업계들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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