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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양날의 검 '무기전환규칙'이 온다
오는 4월 양날의 검 '무기전환규칙'이 온다
비정규직 양산 방지 VS. 고용해지 부작용 발생
  • 이준 기자
  • 승인 2018.03.10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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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아키하바라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오는 4월부터 일본에서 '무기전환 규칙'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무기전환 규칙'이란 지난 2013년 4월 시행된 개정노동계약법에 따라 근속 5년 이상의 비정규직 사원 가운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는 법이다.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조건에 맞는 희망자는 사측에 무기고용 전환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를 사측은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오는 4월부터 근속 5년이 넘은 비정규직 사원은 무기고용을 기업 측에 신청할 수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작년 기준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증 비정규직 노동자는 2036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약 450만 명이 근속기간 5년 이상으로 무기고용 전환 신청 대상자다.

1984년 15.3%에 머물던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1985년 '노동자 파견법'을 제정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노동자 파견법이란 버블경제 붕괴로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의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는 대신 인재파견회사와 단기 또는 장기로 계약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제도로 제정 이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형태 속에서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에 그치는가 하면 각종 보험, 연금, 퇴직금, 상여금 등의 격차를 포함해 퇴직금 제도의 적용도 정규직이 80.6%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9.6%에 그치는 등 소득면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新빈곤층으로 내모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는 4월 무기전환 규칙이 시행되면 계약갱신이 되지 않을까 매년 노심초사해왔던 수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마트의 계산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야마구치 하야꼬(45세)씨는 "그간 성희롱이나 파워하라(Power Harassment:직장 내 권력형 폭력)에도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까 꾹 참아 왔었다"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면 앞으로는 부당한 압력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의 약 38%가 무기전환을 희망하고 있어 오는 4월 신청대상자 450만 명 중 약 170만 명의 무기전환 신청이 예상된다. 하지만, 무기전환 규칙이 고용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는 만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사원을 해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무기계약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제도 도입에 앞서 계약을 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전국유니온에 따르면 무기계약을 꺼리는 기업의 계약 경신 거부 사례가 급증하면서 고용계약 해지에 관한 상담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에 이르는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連合)'에도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10건 가까이 많은 101건의 관련 상담이 있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서도 이 같은 상담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성 담당자는 "4월이 다가올수록 관련 상담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기업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샛길'도 존재한다. 근무자의 근속 기간이 5년이 되지 않도록 '6개월 이상' 계약 공백기간을 두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 10개사 중 7개사가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근속 기간이 5년을 초과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후생성은 밝혔다. 무기전환 규칙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정규직 전환에 다른 기업의 인건비가 상승이 고용계약 해지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반대로 기업 자체의 규율을 적용해 가면서까지 미처 4월이 되기전에 비정규직 사원을 무기고용을 전환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일손부족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대기업 콜센터인 '벨시스템24'는 오는 10월부터 약 2만 2000명의 비정규직 사원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한다. 근속기간이 6개월이 넘은 사원이라면 무기고용을 신청할 수 있다. 콜센터 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개정노동법이 정한 근속 5년에 훨씬 못 미치는 6개월 근속자라도 무기고용으로 전환해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인 '일본생명보험'은 이미 근속 기간을 따지지 않고, 유기고용 사원 약 1000명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했다. 파트타임직원 약 6000명에 대해서도 2018년 4월부터 근속연수가 5년을 넘으면 무기고용으로 전환한다. 비정규직 사원 비율이 높은 소매업의 경우에도 5년보다 근속 기간이 짧은 비정규직 사원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많다.  

백화점인 다카시마야(高島屋)는 판매부문 등에서 계약기간이 1년이 넘은 약 3200명을 계약직 사원 등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했다. 유급휴직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이듬해로 이월하는 제도도 만들어 계약직 사원의 대우를 정사원과 비슷하게 맞췄다.

'J프런트 리테일링'도 계약직 사원 약 1800명 가운데, 계약기간이 1년을 넘은 약 1600명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했다. 무급이었던 산전·산후휴가 등 장기 휴가도 유급으로 바꿨다. 기업으로서는 인건비 부담은 증가하지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보석회사인 '스타주얼리'는 2018년 4월부터 비정규직 사원을 무기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대비해 계약직 사원의 급여를 정사원과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이렇게 하면 인건비는 6000만엔(약 6억원) 증가하지만 직원의 정착률이 높아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4월 시행을 앞둔 '무기전한 규칙'이 일본의 新빈곤층인 비정규직의 양산을 가로막고 정규직과의 소득격차를 해소하며 1억 총활약사회를 위한 발판이 될 지, 일손부족으로 인해 이미 임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부담만을 가중시킬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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