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약 4000명 넷카페 전전···일용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

파트타임이나 파견노동자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해 변변한 주거지 없이 인터넷카페(PC방)를 전전하는 이른바 '넷카페난민'이 도쿄 지역에만 하루 평균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절반(46.8%)가까이는 한달에 11~15만엔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빠듯하나마 월세 등의 주거형태를 갖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넷카페 노숙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도쿄도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도내의 넷카페와 망가킷사(漫画喫茶:일본식 만화방) 등 502개 점포에서 올나이트(종일) 플랜 이용자 94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넷카페에서 아침까지 지낸 사람은 평일 1만5,300명이었으며 이중 집이 없는 사람은 약 4,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들 중 75.8%가  파트타임이나 파견노동자 등 불안정한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30대 연령층이 가장 많은 38.6%를 차지했으며 50대가 29%, 40대가 17% 순이었다.

넷카페 앙카의 내부 인테리어. 오른편에 잠을 잘 수 있는 개인실이 보인다. <사진출처=넷카페 앙카 홈페이지>

월세 체납 등의 이유로 인터넷카페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넷카페난민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 니혼 테레비에서 방송한 '넷카페난민 ~ 표류하는 빈곤자들'에 의해서다. 당시 프로그램이 방영 된 뒤 일본 매스컴들은 집중적으로 이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어 일본 정부차원에서 전국규모의 넷카페난민 실태에 대한 조사가 실시돼 약 5400명이 '주거불안정 취업자'로 집계된 바 있다. 이번 도쿄 도내에 국한된 조사에서 집계된 약 4000명이라는 수치는 그만큼 넷카페난민이 당시와 비교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 길거리 노숙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실시되는 노숙자 수 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도쿄 도내 노숙자수는 1397명으로 넷카페난민이 3분의 1 수준이었다. 어느덧 노숙자의 주류가 넷카페난민으로 옮겨간 셈이다.

교토지역의 교각 밑에 놓여진 노숙자들의 짐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세 등 방을 빌리지 않고 넷카페에서 노숙을 하는 이유로는 '보증금을 모을 수 없다'가 62.8%로 가장 많았고, '월세를 내기 위한 안정된 수입이 없다'가 33.3%, '입주를 위한 보증인을 구할 수 없다'가 30.9%로 뒤를 이었다.

일본의 경우, 원룸 등을 임차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시키킹(敷金) : 집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파손에 따른 수리비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맡겨놓는 돈)과 사례금(레이킹(礼金) :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준 대가’로 주는 돈)을 포함하여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액의 저축이 없으면 월세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월수입이 있다손 치더라도 일당이나 성과급제로 연명하는 파트타임이나 파견노동자 등의 고용형태로는 고용이 불안정해 고정비용인 월세를 계속해서 지불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넷카페를 잠자리 장소로 선택하는 이유다. 이외에도 개인채무나 학자금 대출 상환에 허덕이다 어쩔 수 없이 넷카페를 주거지로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넷카페에서 장기체류하는 주된 이유는 돈 문제였지만, 이들 넷카페난민은 월 평균 이용료(24시간 평균 3500엔)로 10만엔 정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는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으로 때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식대로 지출하는 금액도 상당했다. 수입은 있지만 집이 없어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넷카페 앙카의 이용요금표<사진출처=넷카페 앙카 홈페이지>

또한 금전적인 문제 이외에도 오랜 기간 고용과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에 노출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넷카페는 인터넷, 게임, 만화책, 식사, 적당한 소음, 편리한 입지 등 젊은층에게는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쾌적한 장소일지 모르지만, 넷카페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한 노숙상태인 점은 분명하다. 일감이 끊기거나 건강이 나빠지는 등 작은 이유로도 길거리에 내몰리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넷카페난민의 43.8%가 길거리에서 노숙할 수도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57%는 하루나 이틀정도 길거리에서 노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에서 보듯 길거리 노숙자와 넷카페난민의 경계가 모호해졌음을 알 수 있다.

넷카페라는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퍼져가고 있는 홈리스화. 주위는 물론 당사자조차도 자각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성이 높다. 고립되어 가는 이들을 위해 거주지 모색, 취업 알선 뿐만 아니라 의료 지원 등 개개인별 세밀한 맞춤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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