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거주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66% “살고는 있지만 불안해”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4개 지역 귀환 진척 없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 남짓 떨어진 작은 마을 이이다테무라(飯館村).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동반된 최악의 원전사고로 인해 약 6천여 명에 이르던 주민이 모두 대피해 유령마을로 변모한 곳이다. 이곳은 한국 외교부가 철수권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귀환이 시작되었으나, 이이다테무라 촌사무소에 의하면 주민 가운데 약 10%인 600여명만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한국에서 철수 권고인 적색경보가 내려진 후쿠시마현 제1원전 주변 지역 <이미지=외교부 홈페이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마을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겠다”
간노 노리오(菅野典雄) 이이다테무라 촌장의 포부와 함께 마을은 부흥을 위한 새 방안으로 4월부터 ‘후루사토(고향) 주민표’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재해로 인해 타지역으로 피난・이주한 사람뿐 아니라 마을 출신자, 고향 납세 실시자 등을 대상으로 주민표를 발급해 마을의 정보를 수신 받거나 공공시설을 주민 요금으로 이용하는 프로젝트이다. 촌사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향으로 당장 돌아올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연계해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4개 지역에 대한 피난 지시가 해제된 지 곧 1년. 일본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에너지 및 로봇 기술 등 연구개발 시설, 대형 스포츠 시설 등의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에 피해지역 주민의 반응은 냉정하기만 하다. 귀환 의향 조사 결과 여전히 과반 이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 가운데, 그 대안으로서 이이다테무라와 같은 제도를 통해 마을 활성화를 꾀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역시 “지역 주민 뿐 아니라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 인구’로서 중요하다”며 ‘후루사토 주민표’ 제도를 적극 장려하고 나섰다. 2018년도 예산에 ‘관계 인구’ 창출 사업비로 약 2.5억 엔이 책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현상을 뒤집어 생각하면 이러한 제도가 생겨날 정도로 향후 수십 년간은 귀환이 힘들 것이란 사실을 시사하는 셈이다.

도쿄에서 열린 3・11 부흥 행사 기간 야외 판매대를 설치해 후쿠시마 특산물을 팔고 있는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후쿠시마현 관광 안내 및 홍보 책자. '어서와(来て)'라는 제목의 오른쪽 홍보책자가 왠지모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편 3일에는 원전사고 발생 7년을 앞두고 후쿠시마방송과 아사히신문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2월 24~25일에 걸쳐 후쿠시마현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사고로 인한 방사능 물질이 자신이나 가족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많이 불안하다’가 21%, ‘어느 정도 불안하다’가 45%로, 66%의 주민들이 거주 지역에 불안을 느끼고 있음이 나타났다. 작년에 실시된 조사 결과인 63%보다 3% 늘어난 결과다. 또한 후쿠시마 전 지역에서 이전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묻는 질문에는 ‘20년 이상’이 54%로 가장 많았으며, ‘20년 정도’가 19%, ‘10년 정도’가 16%, ‘5년 정도’가 4%를 나타냈다. 

원자력 발전 재가동에 대해서는 찬성이 11%, 반대가 75%로 2월에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 결과인 찬성 27%, 반대 61% 보다 반대 의견이 높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구내에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처리수를 모아둔 탱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처리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트리티움’ 제거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양 방출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 역시 방출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는 것에 대해 87%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한 후쿠시마현은 2일, 그간 현에서 생산된 모든 쌀을 대상으로 시행해왔던 방사성물질농도 ‘전수조사’를 빠르면 2020년에 생산된 쌀부터 ‘추출검사’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단 원전 사고로 피난 지시가 내려진 지역에 한해서는 당분간 전수조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후쿠시마 주민들의 86%가 ‘전수조사가 소비자의 안심을 살 수 있다’고 답해 추출검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7년. 현은 ‘후쿠(福)가 만개하는 후쿠시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객 유치 등 복원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정작 후쿠시마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 이들의 불안감조차 해소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복구가 어려워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묵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행정을 추진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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