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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트래커의 안나푸르나①] 낯설음과의 첫 대화
[초보 트래커의 안나푸르나①] 낯설음과의 첫 대화
한국의 60년대로 타임슬립한 느낌의 카트만두
  • 이승휴 기자
  • 승인 2018.03.05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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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부터 25일까지 7박 9일간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떠났다.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 ‘히말라야’의 본고장 네팔이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인 히말라야산맥 중앙부의 남쪽 반을 차지하는 내륙국가로 2007년에 왕정이 종식되고 2008년부터 공화제가 된 나라다.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국가인 네팔은 천혜자원을 숨은 보석처럼 가지고 있어 트래킹의 성지로 꼽힌다.

직항이 아니어서 인천공항을 출발 중국 광저우에서 갈아타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비행기 시간만 장장 9시간 시차적용으로 16일 밤 카트만두 시내 호텔에서 묵을 수 있었다. 

7박9일 여정을 함께 할 비행기에 실릴 짐 <사진=이승휴 기자>

네팔에 대한 첫인상은 우리나라 60-70년대를 연상시켰다. 열악한 환경은 공항부터 여실히 드러나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열악했다. 세계 각국에서 트래킹을 위해 네팔 카트만두 공항을 이용하는데 공항이라기보다는 기차역 대합실 같은 분위기다. 비자발급도 한나절 걸려 겨우 했다. 모든 것이 슬로우다.

트래킹은 현지 가이드와 포터가 함께 하며, 팀을 이루어 오면 쿠커팀이 합류 이동하기도 한다. 팀을 꾸린 우리일행은 10명에 동반인원 14명(포터 7명, 쿠커 6명, 가이드 1명) 도합 24명이 되었다. 트래킹을 하는 동안 포터들은 롯지(산장)에 짐을 옮겨다 놓고 쿠커팀은 식사재료 일체를 짊어지고 올라가 식사준비를 하여 트래커들이 도착할 쯤 음식을 준비해준다. 

식사준비에 한창인 쿠커팀 <사진=이승휴 기자>

하루 6-7시간씩 걸어 투숙할 롯지에 당도하는 여행인 만큼 결코 만만한 일정이 아님에도 걸으면서 느끼는 산세와 지형, 몇 백 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우람한 나무, 시간을 증명하는 푸르른 이끼, 이름 모를 새소리,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숨소리가 트래커들의 거친 호흡에 잘 버무려진다. 2000미터 이상에서부터 오는 고소 공포도 느긋한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며 걷노라면 세상만사 시름이 꿈일 것만 같아진다. 힘들고 괴롭지만 이런 순간순간의 희열 때문에 산에 오르고 또 오르나보다.

트래킹 일정 지도 <사진=이승휴 기자>

678시스템(6시 기상 짐 싸놓고 7시 밥 먹고 8시 출발)을 적용해 이튿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넘어가 트래킹을 시작하는데, 포카라로 이동하는 방법은 경비행기를 타고 40분 날아가거나 버스로 6시간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갈 때는 경비행기 올 때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로컬 공항 8시 5분 비행기였는데 일기가 나빠 하염없이 대기하다 2시간 만에 겨우 탑승, 네팔 현지에서의 기다림은 도를 닦는 기분으로 인내해야 한다. 경비행기 안에서 보니 에베레스트의 설산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져있는데 그 전경은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황홀했다. 눈부시게 멋지다.

기다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로컬공항 모습 <사진=이승휴 기자>

비행기 연착으로 일정이 늦어진 만큼 지프차를 이용하기로 급하게 결정 ‘미친 소’ 경험을 해보자 했다. 비포장도로인 산길을 2시간쯤 달리는데 엉덩이가 사방팔방으로 춤추며 방광을 건드려대니 요의가 느껴져 세워달라고 아우성이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만끽하며 칸데 롯지(1770M)에 당도하니 살만하다. 왜 ‘미친 소’라 말했는지 온몸으로 터득했다. 

‘미친 소’라 불리는 지프차 <사진=이승휴 기자>

처음으로 쿠커팀과 만나 비빔밥을 맛나게 먹었다. 이후로도 닭도리탕, 꽁치김치찌개, 비빔국수, 떡라면, 돼지고기 수육, 카레, 미역국 등 주부인 우리들보다 쿠커팀 솜씨가 좋아 정말 잘 먹고 다녔다. 아마도 우리팀 모두 낙오자 없이 잘 걸을 수 있었음은 잘 먹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점심 먹고 출발 3시간여를 걸어 란드럭 롯지에 도착. 산에는 트래커들을 위한 숙소 겸 휴게소인 롯지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힘들면 쉬어갈 수 있어 좋다. 숙소에 대한 마음을 비워서인지 제법 시설물들이 갖추어져 있고 경치 좋은 곳에 지리 잡은 숙소라 아늑하고 예쁘다. 오전에 지프차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아직도 산길을 걷고 있었겠지 싶어 엉덩이 아픔을 고수한 빠른 판단을 해준 대장님이 고마웠다. 산속이라 빠르게 어두워져 보통 숙소인 롯지에 4시 반 정도에 도착하는 것이 현명하다.

점심 먹고 출발 3시간여를 걸어 도착한 란드럭 롯지 전경 <사진=이승휴 기자>

안나푸르나를 미리 경험한 대장 부부가 사탕과 학용품을 챙겨와 아이들을 만나면 나눠주라고 했다. 산속 마을마다 커다란 눈망울의 아이들을 만날 때면 사탕과 연필, 지우개, 색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우리나라 전쟁 직후에 미군 지프차를 보면 ‘give me chcolate’라며 쫓아다니던 아이들 눈망울이 연상되었다. 받아든 사탕에 함박웃음 짓고 수줍게 뛰어가는 아이들이다. 그 순수함 그대로 머물러 자칫 받는 것에 익숙해져 ‘give me 1 doller’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천진 난만한 네팔의 아이 <사진=이승휴 기자>

일찍 도착한 숙소에서 씻고 쉬다가 저녁 먹고 한국에서부터 공수해온 소주를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흐린 날씨에 쏟아져 내리는 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트래킹 첫날의 일정이 저문다. 

한국에서부터 공수해온 소주를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사진=이승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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