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판매전략 수정···아마존型 비즈니스모델로 전환

일본의 전자상거래 시장의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이 과거 중단했던 물류시스템 재건 방침을 밝히는 한편, 세계 최대 소매유통체인 월마트와 제휴를 선언하고 나섰다. 절대강자 아마존재팬에게 정면 승부를 건 라쿠텐, 승산은 있는지 파헤쳐보자.

라쿠텐의 다양한 브랜드 이미지 <이미지출처=라쿠텐 홈페이지>

이온과 소프트뱅크, 그리고 야후의 제휴는 아직 정식 발표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면면을 볼 때 이온의 점포 및 유통망과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IT 노하우를 접목해 만든 아마존재팬 타도 연합군이라 할 만하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계는 사활을 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일본의 유통공룡 이온그룹·소프트뱅크·야후 3개 사가 공동으로 온라인판매사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지난해 말에는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지주회사인 세븐앤아이홀딩스와 대형 인터넷쇼핑몰업체 아스크루가 손잡고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개시했다.

미국에서도 일본처럼 아마존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지만, 일본과의 차이라면 초대형 소매유통체인인 월마트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2년 전인 2016년,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닷컴(Jet.com)을 33억달러에 인수하고 아마존 추격 체제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구글과 AI 스피커를 이용한 음성 주문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 아마존 빰치는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라쿠텐의 이용자가 모바일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라쿠텐홈페이지>

미국의 월마트는 연매출 34조엔의 초대형 기업이다. 아마존의 급성장이 화제이긴 하지만 아마존의 북미 매출은 11조엔으로 월마트와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월마트는 이처럼 막대한 매출을 바탕으로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상품을 매입할 수 있다. 또한 북미 전역에 퍼져있는 5000개 이상의 매장은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매장을 방문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한다. 월마트는 또 이들 매장을 온라인에서 구입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상품수령센터로 활용하면서 온라인으로의 진출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마존 독주체제가 아니라 월마트와 아마존이 같은 듯, 다른 형태의 소매유통사업을 벌이고 있는 구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마존 1강체제의 인상이 강하다. 인터넷시대에서 소매유통업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최대 소매유통기업 이온이 디지털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변신을 꾀하거나, 아마존의 독주를 소프트뱅크가 외면하지 않는 것처럼, 라쿠텐이 물류시스템을 재건해 월마트형의 디지털전략으로 아마존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하지만, 라쿠텐의 물류시스템 재건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가장 힘든 이유는 아마존과 라쿠텐의 비즈니스모델 차이에 있다. 아마존과 라쿠텐은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양사의 비즈니스모델은 전혀 다르다.

아마존은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직접 상품을 판매한다. 아마존에게 고객은 상품을 구입한 이용자다. 반면, 라쿠텐에게 고객은 라쿠텐에 입점한 개인이나 기업으로, 자체 판매상품을 제외하고 이용자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는다. 경영전략 수립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직접 판매하지 않고 판매지원만을 하는 라쿠텐 스타일의 비즈니스모델은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변경마저도 고객인 입점업체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신규서비스에 대한 대응이 느리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아마존 스타일은 모두 자체 서비스로 언제든지 신규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배송망이나 창고 등 물류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거나 아웃소싱해야 하는 등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라쿠텐처럼 압도적인 스피드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유리했었지만, 인터넷환경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자체적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할 수 있는 아마존 스타일의 비즈니스모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11월 22일 라쿠텐, NTT도코모, 자율제어시스템 연구소가 실시한 배송 실증 실험에 사용된 드론 <사진출처=라쿠텐 홈페이지>

라쿠텐이 발표한 물류시스템 재건 의미는 바로 아마존 스타일로의 비즈니스 전환을 말하는 것으로 매우 커다란 뉴스임이 틀림없다. 리스크도 크지만 라쿠텐이 아마존이라는 거대 글로벌 인터넷유통공룡과 진검 승부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라쿠텐은 향후 2년 이내에 자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물류센터를 10개소로 증설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외에도 대형 민간철도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수화물 배송에 철도회사를 활용하는 등의 계획도 논의 중임을 밝혔다.

라쿠텐은 과거 입점업체 전용 물류센터를 전국 8개소에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순차적으로 축소돼 현재는 치바현 이치카와시에 2개소, 효고현 니시시에 1개소 등 총 3개소 만을 운용하고 있다. 현시점 기준 라쿠텐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센터의 총 면적은 약 15만 평방미터로 아마존의 70만 평방미터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라쿠텐의 계획대로 물류센터를 10개소로 증설하기 위해서는 연면적 50만 평방미터의 대지가 필요하다. 만약 이정도 규모의 시설을 갖출 수 있다면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에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라쿠텐의 취급액이 아마존의 약 3배에 달하기 때문에 단지 면적만으로 아마존의 인프라에 근접했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라쿠텐의 판매상품 모두를 자체 물류센터에서 처리하는 것은 아닌 만큼 직판 상품이나 대형 입점업체의 상품에 국한해서 운영한다면 이들 상품에 한해서는 아마존과 같은 수준의 경쟁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용이지만, 지금의 라쿠텐 체력이면 충분히 감내할 만 한 수준으로 보인다. 물류시스템 재건을 위해 필요한 투자비용은 어림잡아 1000억엔(토지 포함) 정도로 추산된다. 라쿠텐의 2017년 12월기 결산 결과, 국내 전자상거래(EC)부문 이익은 감소했지만, 해외 및 금융부문 성장에 힘입어 전년대비 두배에 가까운 149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에 따른 영업 현금흐름도 1600억엔이 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1분기의 현금흐름으로 투자를 커버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물류시스템을 모두 자체 부담으로 건설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임차 등을 통해 전년대비 지출을 줄여나간다면 이 정도의 투자금액으로 라쿠텐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염려는 없다.

라쿠텐 일본내 전자상거래(EC)부문 매출액 추이 <이미지출처=라쿠텐 IR 페이지>

다만 염려되는 점은 라쿠텐의 이동통신서비스 사업 진출이다. 지난해 말 라쿠텐은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3사 체제의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최대 6000억엔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라쿠텐은 이동통신서비스를 접목한 전자상거래(EC)고도화와 자체 물류망 구축 등 서비스 확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오히려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이 전체 비즈니스의 발목을 잡아 물류시스템 재건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탈바꿈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됐든, 본격적인 자체 물류시스템 구축은 라쿠텐이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전략이다. 아마존 1강체제의 일본 전자상거래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지 작은 파열음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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