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30여곳 IR 유치에 사활···카지노 의존 벗어야

日정부, 도박중독 방지 대책 일환 입장료 징수 방침

이달 중순 경 일본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일명 '카지노실시법(IR실시법)'을 두고 다시한번 '경제활성'이냐 '도박중독'이냐를 두고 일본 정부와 여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6년 일본 의회가 가결한 '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추진법', 정식명칭 '특정복합관광시설구역정비 추진에 관한 법률'은 카지노, 국제회의장, 숙박시설 등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통합형 리조트 정비 사업법이다.

이 법에 따라 합법적인 카지노 시설이 들어서게 됐지만, 구체적인 개장 규칙이나 관리체제 등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이달 중순 경에 카지노 입장료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인 'IR실시법'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가운데, 여당인 공명당은 도박 중독 대책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는 한 법안의 국회 제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명당은 또 입장료 인상 등으로 일본인의 입장을 사실장 제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소규모 도박장만으로도 도박 중독이 상당하다며 카지노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법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에 따라 정부가 IR을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인 'IR지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내용도 담긴다. 이에 따라 IR지역 공인을 받은 지자체는 해당 IR지역에서 IR을 정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를 공모에 의해 선정하게 된다. 

지자체가 신청하고 정부가 공인하는 구조이지만, 실제 카지노는 정부의 감독 아래에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IR 이 적을 수록 경쟁상대가 줄어드는 만큼 집객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반면, 공인 IR 이 많을 수록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손해인 셈이다. 

하지만, 뚜렷한 지역활성화를 대책이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IR 유치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고, 가능한 한 주변지역이 아닌 중심가에 IR을 유치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래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3개소로 후보지역을 압축했지만, 지자체의 강력한 요구를 받은 자민당의 저항으로 인해 4개소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홋카이도, 치바, 도쿄, 카나가와, 오사카, 와카야마, 나가사키 등 7개 유력 후보지 이외에도 아이치, 토쿠시마 등 전국적으로 30개가 넘는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IR추진법이 가결된 이후, 세계적인 카지노 운영업체들의 물밑 전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박왕국으로 잠재 시장 규모를 볼때 일본은 국제적인 카지노 운영업체들에게 성배와 같은 곳이다. 지금은 침체기로 접어들어 전성기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지만, 일본의 빠칭코 시장 규모는 약 20조엔에 달한다. 경마, 경정, 경륜 등 공영 도박도 약 6조엔 규모로 이를 포함한 일본의 전체 도박시장은 연간 약 26조엔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미국 라스베가스샌즈의 아델슨 셸던 회장은 “일본에 비하면 싱가포르는 연습게임”이라며 잠재적 투자금액을 100억 달러로 예상했고 마카오 카지노 대기업 멜코크라운의 로렌스 호 회장도 “이번 기회는 값을 매길 수 없다. 기회 선점을 위해 돈은 얼마든지 쓸 것”고 말했다. 

당초 이들 운영업체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IR 완공을 목표로 했었지만, 일본 국회의 법안 성립이 늦어지면서 올림픽 개막에 맞추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IR은 수익성 높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럭셔리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 복합 시설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경제적인 수입이 주된 정비 이유다. 하지만, 카지노에 대한 일본내 반감은 매우 높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적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와 더불어 카지노의 존재로 조직범죄·준법정신의 퇴화·성매매 등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첫 전국 규모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전국에 70만 명(20∼74세 기준)으로 추정된다. 생애 단 한 번이라도 도박중독에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3.6%, 약 320만 명에 달한다. 야당 뿐만 아니라 공명당 등 여당 일부에서도 도박 중독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번에 제출될 법안 안에도 상당히 엄격한 규제 요구 사항이 포함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가운데 도박 중독 대책 중에 하나로 발표된 것이 입장료 징수 방안이다.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일본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이 카지노 시설을 이용할 경우 입장료 1일 2000엔을 징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카지노 해금이 경제활성화에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충분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과도한 규제 방안 도입에는 미온적이다. 

일본 정부가 참고하고 있는 싱가폴의 경우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카지노를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카지노 유희 수입에 두고 있는 만큼 입장료는 1일 8100엔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1일 2000엔 입장료 징수 방안은 자국민을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카지노 규제 입장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도 기본적으로는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지만, 일본 진출을 노리는 국제적인 카지노 운영업체는 어디까지나 도박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고객으로 규제 강화에는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입장료를 2000엔으로 정한데 대해 "쉬운 입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IR 유치에 적극적인 지자체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카지노를 통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고액의 세금수입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국민의 출입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카지노로 벌어들일 수입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IR의 진정한 가치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카지노를 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미 마카오나 싱가폴, 한국에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고, 게다가 라스베가스 등에는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IR 시설이 존재한다. 달리 말하자면,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이 카지노만을 하기 위해 일부러 일본을 방문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미 라스베가스 등에서 IR 내의 카지노 의존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IR은 높은 카지노 수익률을 지렛대 삼아 호텔 등의 숙박시설과 거대한 국제회의장, 극장, 테마파크, 상업시설, 브랜드 상점, 레스토랑, 푸드 코트, 스포츠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사업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미국인들조차 회의나 연극 관람 등의 목적으로 방문한 김에 카지노를 즐기는 등 IR의 주된 방문 목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사상 처음으로 카지노 해금과 더불어 IR 유치에 나서고 있는 일본 정부나 지자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IR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후보지들은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어떻게 하면 IR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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