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투자 비중 최하위권···글로벌 기업 면모 퇴색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에 대기중인 수출차량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국 GM 자동차의 먹튀 논란, 수입차 브랜드의 내수확대 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자동차 산업의 흔들림은 국가 기반이 흔들릴 만큼 타격이 심하다. GM 측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정리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판매대수가 줄었다 해도 당장 인원을 대폭 삭감할 수 없는 생산 구조적 문제가 있기도 하고, 철밥통 강성 노조가 굳건히 자리매김한 곳도 자동차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GM 군산공장은 ‘아반떼’의 대항마로 출시된 ‘뉴크루즈’ 생산 배정과 이미 예견된 판매부진으로 직격타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을 읽어 기다릴 수 없는 공장가동률로 인한 선택은 판매부진으로 이어지고 적자액은 눈덩이처럼 커져 있는데 위기 대처능력은 없으니 미래는 암흑일 뿐이다.한국 GM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자주 언급된 미국 캔자스시티 페어팩스 공장은 신규투자가 결정되었다. 페어팩스 공장 역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세단에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으로 전환되면서 중형세단 ‘말리부’를 생산하던 페어팩스 공장의 생산수요가 크게 줄었을 때 큰 부침이 있었다. 그러나 페어팩스 공장은 일시적 인원감축 등 탄력적 공장 운영으로 공장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은 채 이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7대 집행부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하부영 지부장이 노조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공>

겨울방학 기간 중 현대모비스에 정규직 전환 가능한 인턴활동을 한 김준호(27, 의정부)씨는 “인턴하기 전에는 현대모비스면 직장으로 최고인줄 알았는데 인턴이 끝난 지금은 정규직 전환이 되어도 조금 생각해 봐야겠다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의 미래가 밝지 않은 만큼 연구소에 근무하는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회사가 좋으니 들어와라’는 사람이 없었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 회사라는 자부심이 없어서 씁쓸하달까? 회사가 지향하는 글로벌 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하는데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한다.

물론 이전만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애사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스펙 쌓아서 회사를 옮겨가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그 능력을 인정해주는 회사를 찾아 근무하면 그 뿐이다. 그럼에도 직장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신나고 재미있고 ‘우리 회사가 최고야!’ 라는 자부심이 만들어진다면 인턴에게 ‘열심히 해서 꼭 정규직 전환되어 들어와라’ 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도로에 나가보면 국내에서 현대자동차의 물결이었지만 몇 년 사이에 수입차가 많아져 젊은 층 위주 선호도에서 이제는 중년층도 수입차의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수출 부진은 물론 내수시장 점유율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약 4조 6천억 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사드보복에 노조파업, 사상 최대 규모 리콜 등으로 상품경쟁력과 신차 출시 시점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글로벌 경쟁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량과 순익이 줄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지금 중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의 반전 카드가 준비되어야 이 난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에 대한 투자 비중은 경쟁업체 중 최하위권에 머무는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신사옥을 짓겠다며 시세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 원에 한전부지를 매입한 것에서 현대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자세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7월 8일 옛 한전본사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서울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방문해 무언가 지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시세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원에 옛 한전부지를 매입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세계 자동차산업은 장기 저성장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존 공장의 철수와 합병, 새로운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인수와 협력체제를 갖추는 시기이지만 현대자동차만 유일하게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등, 과거에 생산대수 확대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고 공유차량 증가로 지속적인 판매대수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공장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열사를 동원한 수직다단계 하도급 구조로는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네팔 트레킹에 다녀온 이봉신(59, 부천시)씨는 “후진국인 네팔에서도 쌍용차를 인수해 자체 제작한 자동차를 타 보면 열악한 산악 도로에서 얼마나 튼튼한지 현대자동차는 비교가 안 되겠구나! 싶어집니다. 간혹 카트만두 시내의 현대자동차를 보면 경쟁력이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라며 외국 나가면 현대자동차가 각국에 맞는 경쟁력으로 차를 생산해서 세계 각국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이 위기를 느낄 만큼 현대자동차는 위기임에 분명하다. 미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미리 미래에 투자하고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의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노사 모두 합심해서 변화해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바꿀 수 있다고들 입을 모은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