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 모집에 기업 인식 전환 불가피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노동 개혁이 연일 화두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바로 ‘일하는 방식 개혁(노동개혁)’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다. 1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재량노동제도’가 불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재량노동제는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노사합의로 미리 정해놓은 시간만을 기준으로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제도다. 노동자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했지만 '수당 없는 노동 시간'만 늘린다는 비판이 높았던 데다, 입법의 근거가 된 후생노동성 조사 데이터에서 연일 오류가 발견되면서 법안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재량노동제도’ 추진은 중단된 상황이다. 

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 (NNN 뉴스 화면 캡쳐)

그런데 이 ‘일하는 방식 개혁’이 도쿄 올림픽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2년 반여 앞둔 도쿄에서는 경기장 건설 등 ‘하드웨어’ 면에서의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대회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자원봉사자 모집 등 ‘소프트웨어’ 체제 갖추기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와 도쿄도는 2020년 대회를 위해 올 여름부터 11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회장 내에서 선수 및 관객 유도 임무 등을 수행하는 ‘대회 자원봉사자’에 8만 명, 공항과 회장 주변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도시 자원봉사자’에 3만 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도쿄도는 '도쿄 2020 대회 성공과 이후의 미래를 향한' 2018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홍보 도쿄도 2018년 3월호 1면>

특히 각국에서 몰려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학 능력을 가진 인재를 자원봉사자로 동원해야 한다. 이에 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등 사회인의 참여가 간절해졌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정식 모집 요령은 여름에 발표될 계획이지만 대회 자원봉사자는 열흘 이상, 도시 자원봉사자는 닷새 이상 참가가 요구될 예정이며 사전 연수도 받아야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참가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있어 휴가를 쓰기 어려운 일본 기업의 구조와 풍토가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취로조건종합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를 위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약 2.8%에 불과했다. 본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 인식의 배경에는 “일본에서 ‘자원봉사’라는 개념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을 돕는 것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서 자원봉사자는 재해 시 활동하는 개념이 워낙 강해서 자원봉사 자체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으로 정의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 나카무라 아키에(中村天江) 노동정책센터장은 니케이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원봉사는 즐기는 것,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과도 연결된다. 기업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월 25일 열린 ‘2018 도쿄마라톤’에 참가한 외국인에게 식수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2018 도쿄마라톤 자원봉사 홈페이지>

올림픽이 ‘일하는 방식 개혁’과 직결된 예는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대회 기간 중 교통 기관의 혼잡 완화를 위해 원격근무의 보급이 확산된 바 있다. 당시 런던 시내 기업의 약 80%가 원격근무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사회인들의 자원봉사 참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하는 방식 개혁’의 바람을 타고 기업이 자원봉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활동을 성장 동력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올림픽을 계기로 노동 개혁의 새 패러다임이 제시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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