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주택착공건수 96만4641가구 0.3%↓···아파트론 대폭 감소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불과 2년전 만해도 거품을 걱정하던 일본의 주택건설시장이 지난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 일본의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7년 '신규주택착공건수'는 96만 4641가구로 전년에 비해 0.3% 감소해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폭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2015년 1.9%, 2016년 6.4%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이후 1년 만의 결과로 일본의 주택건설시장이 성장한계에 부딪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장 큰 요인은 2016년 10.5%의 신장율을 보였던 임대주택 건설이 0.2% 증가에 그친 때문이다. 상속세 절세대책의 일환으로  일었던 임대용 아파트(저층·보급형 아파트) 신축 붐이 사그라든 것이 주된 원인인데, 임대주택이 전체 주택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41만 9379가구)로 매우 높은 만큼 임대용 주택건설시장 둔화 여파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임대용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명 '상속대책 아파트'로 불리며 2016년 뜨겁게 달아올랐던 일본의 임대용 아파트 건설 붐은 지난 2015년 3월 일본의 상속세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개정된 상속법으로 인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고 상속 최고세율도 50%에서 55%로 큰 폭으로 오르면서 토지 등 상속재산을 소유한 개인들이 절세대책의 일환으로 너도나도 임대용 주택건설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속세법은 현금자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부동산을 물려줄 경우 평가액이 낮아진다. 게다가 임대용으로 신고하면 평가액이 더 낮아진다. 개정 상속세법이 임대용 아파트 건설 붐에 불을 지핀 셈이다. 게다가 지역경제 쇠락으로 우량기업에 대한 신규대출 발굴에 어려움을 겪게 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토지 등 담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인용 임대주택사업자 대출인 '아파트론' 확대에 적극 뛰어들었다. 

2016년 2월 일본은행(BOJ)가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도 지방은행을 임대용 주택대출시장으로 내몰았다. 마이너스금리로 인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이자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던 지방은행들에게 때아닌 아파트 건설 붐은 반갑기만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인구감소로 빈집처리가 사회문제로 까지 번지고 있는 일본에서 임대용 아파트 공급확대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상속대책 아파트는 임대료 수익을 대출금 상환에 충당하는 방식이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해 당초 계획대로 임대료 수익을 얻지 못하는 사업주가 속출 하는 등 벌써부터 임대용 아파트 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도쿄 교외의 빈집. 오랜기간 방치돼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분양 주택시장은 1.9% 증가하며 3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단독주택 분양시장은 둔화됐지만, 201 6년 0.9% 마이너스였던 맨션(고층·고가 아파트) 분양이 0.2% 증가한 때문이다. 향후 맨션 분양 공급량에 따라 주택착공건수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단위로 보면 주택착공건수가 들쭉날쭉하지만, 월별 추이를 들여다보면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유, 임대용 주택 모두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7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며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와 맞물려 아파트론 등 임대용 주택 대출에 대한 금융기관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일본은행이 지난 2월 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은행의 부동산신규대출잔고는 11조 7143억엔으로 직전년과 비교해 5.2% 줄었다. 신규대출이 전년 수준을 밑돈 것은 2011년 이래 6년 만이다. 특히 개인의 임대용 '아파트론'은 14.2%나 줄어든 3조 3202억엔에 그쳤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 연속 두자리 수 증가세를 이어오던 대출잔고 상승세에 급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부동산 가격상승과 아파트 공급 증가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금융기관들이 아파트론 등 신규대출을 자제하기 시작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과 일부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대출심사 강화에 돌입했던 지난해 6월부터 주택착공건수가 하락 전환한 것도 금융기관의 태도 변화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주택착공건수는 소비세 증세 수요로 급팽창했던 2013년 98만 7254채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소비세 증세이후 수요하락 폭이 매우 크고, 여전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건설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2016년에 2013년의 주택착공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결국 제치지 못하고 2017년 6월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주택건설시장은 향후 경기전망을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다. 주택건설은 가구나 내장재, 가전 제품 등 소비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파트론 등 신규대출을 옥죄고 사서면서 당분간 임대용 주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임금 상승 등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단독주택이나 맨션 등의 공급 확대 가능성도 여전하다. 맨션 가격도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경기회복으로 대출 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면 급격한 반발 수요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월말 공표되는 주택착공건수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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