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입생부터 적용···해당 학교 학생들 피해 호소

올해 봄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착용하게 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교복으로 인한 문제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쿄 주오쿠 긴자(中央区銀座)에 위치한 공립 다이메이(泰明) 초등학교가 아르마니 사(社)가 만든 교복을 채용한 사실이 8일 밝혀지며 파문을 부른 가운데, 해당 학교 학생이 행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고들이 교육위원회 측에 접수됐다. 이에 구가 통학로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육위원회 직원 총 6명을 배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전했다. 기존에 활동 중인 교직원과 보호자에 더해 구의 교육위원회가 참여해 경계 강화에 나선 것이다.

교육위원회 측에 따르면 접수된 내용은 행인들이 등하굣길 학생의 교복을 만지며 “이게 아르마니 교복이냐”라거나, “네가 다이메이 초등학교 학생이냐”라는 질문을 받는 등의 피해사례들이었다. 그간 교복 상·하의와 셔츠, 모자 등을 포함하면 8만 엔(약 8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학교를 향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게 일어왔다. 13일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까지 나서 “보호자의 부담이 과잉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언급하면서 ‘너무 고액’이라는 학부모들의 비판에 이해를 표한 바 있다. 그러던 것이 급기야 학생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는 형국이다. 

80만원이 넘는 아르마니 교복

구와 교육위원회에 접수된 아르마니 교복과 관련한 의견은 16일까지 총 524건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보호자들의 납득 하에 구매하는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교복으로서 적당하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교복을 사지 못하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공립 초등학교에 고급 브랜드 교복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비판들이 줄을 이었다. 교복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빈부 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한 것임을 생각할 때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당 학교는 교복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교복을 채용하면서 학부모와 충분한 상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비난이 커지자 와다 도시츠구(和田利次) 교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와다 교장은 아르마니 교복을 채용한 이유로 “다이메이 초등학교가 ‘긴자의 학교’로서 더욱 발전해가기 위해 긴자에 출점해있는 유명한 브랜드의 힘을 빌렸다”고 밝혔다. 왜 아르마니였는지에 대해서는 “버버리, 샤넬 등과도 접촉했지만 아르마니만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부담과 설명 부족을 탓하는 목소리가 구에 전해졌지만 아르마니 측이 이미 제조에 나서면서 구의 교육위원회도 최종 승인을 내리게 되었다. 

긴자에 위치한 다이메이 초등학교 전경 <학교 홈페이지 화면 캡쳐>

학교의 ‘명품화’로 학생도 ‘명품’이 된다는 교장의 방침을 학부모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소수 의견이지만 학부모 가운데는 “보다 나은 다이메이 초등학교를 향한 열의가 전달된다”며 아르마니 교복에 찬성하기도 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새 교복을 판매하는 매장에 15일까지 신입생 60명 중 48명이 이미 입금을 끝냈다. 공립학교가 지역의 학생들이 경제적 제약 없이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학교, 다양한 가정의 학생을 받아들이며 학풍과 개성을 만들어나가는 학교를 취지로 한다는 점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일본 사회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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