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찍 출발하는 비행편이라면 서둘러 떠나기에 바쁘지만, 오후 느지막한 일정은 오히려 시간 보내기가 애매해진다. 도쿄 시내를 구경하자니 공항 체크인에 늦을 것 같고, 부지런히 가서 수속을 밟자니 모처럼 여유 시간이 아쉬워진다. 그렇다고 공항까지 가는 교통편이 빈번한 것도 아니다. 기나긴 배차간격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출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까지 도착했건만 항공사 카운터 오픈 시간을 착각해 지나치게 일찍 도착해버린 것을 알았을 때, 반응은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붕 떠버린 시간을 어찌 보내야할지 머리가 멍해질 것이다.

흔히 공항 근처에는 보고 즐길 거리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 이륙 직전에 창밖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란 대부분 논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에서 여행기를 마무리 짓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나리타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이라면 자투리 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교통비는 게이세이 전철을 기준으로 편도 248엔, 소요시간은 겨우 6분 남짓이니, 시간만 잘 체크한다면 공항에 지각할 부담 또한 적다. 더 이상 무의미하게 낯선 이국땅의 허공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좋다. 도쿄보다 먼저 만나게 되는 일본의 도시, 나리타에서 마지막 추억을 장식해보자.

나리타시 이온타운 <사진=한미림 기자>

나리타공항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이라면 ‘이온몰’을 연상하는 관광객들이 많을 것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열차에서 보이는 가장 큰 쇼핑센터가 이온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나리타 시민이 사랑하는 쇼핑 핫스팟은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우연인 척 만난 슈퍼마켓 요일 행사 덕분에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 또한 별미이다.

케이세이 나리타 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나리타 이온타운은, 슈퍼마켓은 물론 다이소와 푸드 코트가 위치해있어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물론 쇼핑몰의 크기로 따지자면 이온몰이 단연 우세하지만, 시간 관리가 힘들다는 위험성과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주어진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관광객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반면에 나리타 이온타운은 짧은 왕복 시간과 접근성으로 단시간 쇼핑에 매우 적합하다. 1층에 위치한 슈퍼마켓 ‘MaxValu’에서는 돈키호테보다 경제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식재료들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찬이나 즉석조리의 경우 요일마다 할인하는 상품도 있어, 일본의 가정식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2층에 위치해있는 식당가에서 기분 좋게 배를 채운 뒤,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이소에서 쇼핑의 여운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 참고로 현재 다이소에서는 ‘하나미(花見)’시즌을 맞이해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벚꽃 에디션을 절찬 판매중이다.

나리타산 신소지(新勝寺) 경내 지도 <출처=나리타산 공식 홈페이지>

매년 새해가 되면 나리타산에 위치한 신소지(新勝寺)에는 참배객들이 줄을 지어 늘어선다. 어찌나 줄이 긴지 아무리 걸어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나리타산 인근에는 여러 토산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어, 지역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관광객이라면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아직은 쌀쌀한 나리타의 공기를 달래줄 음료가 있으니, ‘아마자케(甘酒)’이다. 누룩과 쌀, 술지게미 등으로 만든 아마자케는 달콤한 맛과 함께 서서히 취기가 오르는 것이 매력인 술이다. 따끈한 아마자케를 마시면서 산책로처럼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미세먼지 없이 청량한 나리타시의 하늘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봄을 맞이한 나리타산에서는 올해 2월17일부터 3월2일까지 매실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토·일에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나리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나리타시 문화예술회관 <트립어드바이저 공식 홈페이지>

나리타시 문화예술회관은 게이세이역과 JR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단지 쇼핑이 아닌 예술을 만나고 싶다면 나리타시 문화예술회관을 이용해보자. 일본은 좋은 미술 전시회가 많이 개최되는 만큼, 작은 도시에서도 충분히 훌륭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나리타시 문화예술회관 야마시타 기요시 전 입장권

 

현재 나리타시 문화예술센터에서는, ‘일본의 고흐’ 라고도 일컬어지는 야마시타 기요시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평생 일본 전역을 유랑했다는 방랑의 천재 화가 야마시타 기요시는 ‘불꽃’· ‘사쿠라지마’등 발길이 닿은 풍경을 역작으로 재창조했다. 이달 2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에서는 야마시타 기요시의 소년시대부터 생애를 걸쳐 이어진 130점 상당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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