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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고다이라 포옹에 산케이도 무릎 꿇었다
이상화-고다이라 포옹에 산케이도 무릎 꿇었다
산케이, 日언론 중 유일하게 사설에서 양 선수 우정 극찬
  • 도쿄=최지희 기자
  • 승인 2018.02.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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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우정이야기(아사히신문)’, ‘네가 있어서 강해질 수 있었다(마이니치신문)’, ‘「지금도 존경해」 고다이라 선수, 이상화 선수와 포옹(도쿄신문)’. 18일 평창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전에서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緖)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과 함께 일본 언론의 지면을 달군 것은 한일 두 라이벌의 우정 이야기였다. 비교적 한국에 우호적인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신문 뿐 아니라, 비판 성향이 강한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 면 가득 “라이벌 이상화와 포옹”이라는 제목과 함께 두 선수의 포옹 사진을 실었다.

이상화-고다이라 선수 소식을 다룬 아사히신문 기사 (19일자 아사히신문)
이상화-고다이라 선수 소식의 포옹 장면을 크게 실은 요미우리신문 (19일자 요미우리신문)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의 보도다. 19일에서 20일 사이 일본 종합일간지 가운데 ‘사설’란에 두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곳은 산케이 단 한 곳이었다. 산케이는 20일 사설에서 고다이라 선수가 이상화 선수에게 “지금도 존경하고 있어”라고 한 말과, 각자 국기를 손에 들고 어깨를 끌어안은 채 링크를 돌자 함성이 울려 퍼진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어서 ‘오랜 시간 세계 최고를 다투며 진검 승부를 펼쳐온 둘이기에 만들어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라고 치켜세웠다. ‘IOC가 제창하는 올림픽 가치는 탁월, 우정, 존경 세 가지다. 이 모든 것을 훌륭히 상징하는 광경이기도 하다’며 찬사를 이어갔다.

두 선수의 우정에 빗대어 한일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일은 역사 문제 등으로 삐걱대는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떼어낼 수 없는 이웃국가며, 때때로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감동은 양국이 안고 있는 어려운 감정을 잊게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을 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톤을 보였다. 같은 날 아사히 1면 칼럼인 ‘텐세진고(天声人語)’에서보다 산케이의 사설이 더욱 호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 보였다.

산케이는 일본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자사의 입장을 담은 사설에서 이상화-고다이라 선수의 우정을 치켜세웠다. (20일자 산케이신문)

한편 경기 다음날인 19일 오전 아베신조 총리는 고다이라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시합 후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축하해주는 모습은 정말 너무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물론 자국 선수가 라이벌인 한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땄기에 기분이 최고조인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칠 대로 지친 한일 갈등과 상반되는 둘의 우정에 울컥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산케이신문의 이와 같은 이례적 보도에 대해 한 일본 언론 기자는 “아베가 칭찬했으니 산케이도 맘 놓고 칭찬한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국 언론이 피겨의 하뉴(羽生) 선수에 이어 고다이라 선수까지 극찬하면서 산케이도 기분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남북단일팀 같은 올림픽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비판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어찌됐든 두 선수의 훈훈한 광경이 그간 상대국에 뒤틀린 심경을 갖던 양국 정치인들을 숙연하게 했음은 분명하다. 모처럼 삿대질이 아닌 칭찬을 주고받는 지금의 상황이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지언정, 앞으로 양국이 마주앉을 시에 꺼내 놓을 모처럼 만의 긍정 에피소드가 생겼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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