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남북코리아와 일본 어린이 그림전’ 열려

평창올림픽의 개막식 공동입장, 남북단일팀 등으로 남북 유화 무드가 한층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남북일 어린이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남북코리아와 일본 어린이 그림전’이 16일부터 도쿄도 치요다구(千代田区)에서 열렸다. 그림전에 전시된 어린이들의 그림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같은 국제정세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북일 어린이 그림전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본격적인 교류 분위기가 조성되자, 이듬해부터 한국의 시민단체가 일본과 협력하여 시작되었다. 일본의 참가단체는 식량지원을 위해 북한을 오가며 활동하는 NGO단체. 일본과 한국, 북한 초등학생들에게 매해 ‘자기소개’를 테마로 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2011년부터는 중국의 어린이들도 함께하고 있다. 일본 어린이들은 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국, 북한, 중국을 찾아 그림을 그린 어린이들과 교류하며 각국에서 전시회를 열어왔다. 올해 일본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남북 어린이들로부터 각 25점, 일본 어린이들로부터 약 75점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전 입구에 전시된 남북일 어린이 등신대 <사진=최지희 기자>

그림전 활동을 진행해 온 데라니시 스미코(寺西澄子) 씨는 “처음에는 일본국제교류기금도 참가하는 등 일본에서도 여러 단체들이 관심을 가졌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시민단체의 활동에 크고 작은 제약들이 생겨났다. 또한 “활동 초기엔 초등학교들과 특별한 연이 없어 동네 미술학원에 부탁하기도 했다”며 쉽지만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활동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금세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관계가 좋아지면 그림전을 자연스레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렇지가 못하니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변함없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전하는 게 의미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웃어보였다.

북한에서는 모두 두 개의 초등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관계가 좋았을 때는 평양 시내에 그림을 전시한 적도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평양의 참가 학교 내에 전시되는 그림 가운데 아쉽게도 한국 어린이들의 그림은 없다. 다만 북한의 어린이들도 그림전 행사에 한국 어린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데라니시 씨는 전했다. 한편 처음 평양 시내의 초등학교로부터 건네받은 그림 중에는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 기념행사를 주제로 한 그림 등 정치사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어린이들이 “만나면 같이 줄넘기하며 놀자”며 손편지를 써 마음을 전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면서 북한 어린이들의 그림도 점차 평범한 아이들의 그림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북한 어린이들의 그림 <사진=최지희 기자>
한국 어린이들의 그림 <사진=최지희 기자>
그림전에 참가한 북일 어린이들의 편지 교류 <사진=최지희 기자>

그럼에도 북한 어린이들의 그림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 보다 유난히 뛰어난 이유를 묻자 데라니시 씨는 “아무래도 해외에 보여지는 그림이다보니 어느 정도 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북일 관계가 나쁘지만 북한에서는 한번 행사에 참여한 곳에서는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국제정세에 따라 참여의 폭이 달라지곤 하지만 북한에선 고정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고취련 양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테마로 그린 그림 <사진=최지희 기자>

자신의 그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던 고취련(13) 양은 “학교 미술시간 때마다 조금씩 그린 그림”이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재일 조선인인 고양은 작년 여름 처음으로 방문한 평양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북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연을 날리며 놀았던 기억들을 자랑했다. “올해도 꼭 다시 가고 싶어요”라며 힘주어 말하는 얼굴에선 그늘 한 점 읽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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