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토요스 1호점 개설이래 사상최초 2만 점 돌파

지난 1월말 시점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일본내 점포수가 2만개를 돌파했다. 일본 소매 유통 체인점이 2만개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븐일레븐의 역사는 일본 도쿄 고토구 토요스(東京都江東区豊洲)에 1호점이 개설된 1974년 5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토요스 근처는 변변한 건물조차 없는 을씨년스러운 곳인데다, 지하철역도 멀리 떨어져 있어 어디론가 이동하기에도 참 불편한 곳이었다. 생필품을 살만한 곳은 시장 뿐이었던 이곳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서자 당시의 지역 주민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1974년 5월에 일본 도쿄 고토구 토요스(東京都江東区豊洲)에 개설된 세븐일레븐 1호점 전경 <사진=일본 세븐일레븐 제공>

늦은 밤까지 영업을 했던 덕에 '심야슈퍼'라고 불리기도 했던 세븐일레븐은 당시 이름 그대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을 했다. 11시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드물던 때였던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는 세븐일레븐이 보배같은 존재였다.

이듬해인 1976년, 불과 1년만에 도쿄지역을 중심으로 100개 점포를 오픈한 세븐일레븐은 그 이후에도 순조롭게 출점을 거듭해 1993년 5000개, 2003년에 1만개를 넘어 2018년 드디어 2만개 점포를 돌파했다.

세븐일레븐이 이처럼 단기간에 점포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토요스 1호점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고 일본의 유통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의 일반 가게들과는 달리 세븐일레븐 점원들의 접객 태도는 매우 세련됐으며, 점포의 청소 상태나 상품 진열 등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예컨대, 캔커피는 상품명이 보이도록 빈틈없이 일렬로 정면을 향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점원에 대한 서비스 교육도 철두철미했다. 토요스 1호점의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예비 창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면서 가맹점 가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군웅할거의 편의점 업계에서 세븐일레븐이 '챔피언'자리에 군림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일본 편의점 업계의 대부로 추앙받는 스즈키 토시후미 전 회장의 주도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타 업체들은 세븐일레븐이 변화시킨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미투 상품을 내놓기에 바빴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수많은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그 대표상품이 '오니기리(주먹밥)'다. 

당시 일본은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전업주부로서 가사나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대로, 오니기리를 가게에서 구매한다는 것 자체를 가정주부가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남녀차별의 사회풍조가 뿌리깊게 자리했었다. 상품 개발 초기에도 반대의견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스즈키 전 회장은 가정에서 낼 수 없는 맛과 품질을 실현할 수 있다면 반드시 팔린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밀어부쳤다. 당시 근무했던 세븐일레븐의 상품개발 담당자는 "채산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탄생한 오니기리는 1978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오니기리는 연간 17억개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남성중심 풍조에서 벗어나, 여성이 편의점에서 오니기리를 구입해도 과거와 같은 눈총을 보내지 않게 된 것이다. 즉,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이끌어 낸 셈이다.

지금은 어느 편의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오뎅'도 마찬가지다. 개발 단계부터 좀처럼 맛과 모양을 낼 수 없어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던 가운데, 세븐일레븐은 육수 맛을 내는 가다랑어 양식부터 시작하는 집요함을 고집해 결국 오뎅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당시 오뎅은 반찬가게에서나 어울리는 상품으로 편의점에서 구입한다는 발상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세븐일레븐은 이에 굴하지 않고 개발 초기단계부터 철처함을 추구한 덕에 편의점 대표 상품 중의 하나로 정착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화장품 판매도 세븐일레븐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케이스다.

당시 주부나 여성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피부에 직접 바르는 만큼 화장품은 대형 백화점이나 약국 등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의식이 강했었다.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유명 화장품 메이커인 코세와 함께 개발한 세안용 폼 클렌징 '세키세이(雪肌粋)'를 내놓았다. 2004년 출시 이후, 품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편의점 화장품은 싸구려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린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여전히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키세이'의 성공은 단순히 자체 화장품 판매의 성공여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젊은 남성 중심의 편의점 주요고객 층이 여성으로까지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말 시점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일본내 점포수가 2만개를 돌파했다. <이미지=세븐일레븐 홈페이지>

최근 일본의 편의점 업계는 화두는 '무인화'다. 지난해 4월 경에는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패밀리마트·로손·미니스톱·뉴데이즈 등 일본 주요 편의점 5개사가 오는 2025년까지 일본 내 모든 점포에 전자태그를 활용한 무인 계산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편의점 전자태그 1000억개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세븐일레븐은 일손부족과 출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판기 편의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명 '세븐자판기'로 불리는 미니점포를 2019년 2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500대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편의점 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이 무인화 시대에 발 맞춰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낼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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