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 가린 공주의 남자 스캔들

지난 주 마코 공주가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공주의 결혼 연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마코 공주, 마코 내친왕은 현 일왕의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친왕의 장녀다. ‘내친왕’은 왕족 여성에게 붙이는 칭호이며, ‘친왕’은 왕의 아들 등 최고위급 왕족 남성에게 붙이는 칭호다.

91년생인 마코 공주는, 일본의 기독교대학(ICU)을 졸업한 후, 미국 레스타대학대학원 박물관학 연구과를 거쳐, 하버드 미술박물관에서 실습을 했고, 현재는 도쿄대학 종합연구박물관 특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래 연구에만 몰두해온 공주가 작년 9월, 갑작스럽게 대학 동창인 고무로 케이와의 결혼을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 궁내청은 마코(眞子·26) 공주와 약혼자인 고무로 게이(小室圭·26)가 내년 11월 4일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마코 공주와 고무로가 지난 9월 약혼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출처=일본 궁내청 홈페이지>

공주의 마음을 산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가 일본 전국민의 시선이 고무로 케이에게 꽂힌 순간이었다. 마코 공주는 약혼 발표에서 고무로를 태양으로 자신을 달로 비유했다. 밝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마코 공주가 본 고무로였다. 외국인 학교를 나와 캘리포니아 대학에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 고무로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며, 2010년 ‘쇼난 에노시마 바다 왕자’로 뽑혀 외모까지 인정받은 경력이 있다. 마코 공주와는 동갑이며, 유학생들의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고무로가 마코 공주의 약혼자로 보도되자 일본의 언론들은 발빠르게 고무로의 과거를 파내기 시작했다. 한 잡지는 고무로가 학창 시절에 상반신을 드러내고 양 옆에 여자를 끼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공주의 배우자로는 헛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반신이 드러난 사진은 그의 가족사와 비교하면 애교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일본의 잡지들이 앞다투어 취재한 결과, 고무로의 과거사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고무로 자신의 문제라기보다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들이었다.

고무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 홀로된 고무로의 어머니가 약혼을 빌미로 남자에게 돈을 빌려 고무로의 학비를 댄 사실 등이 잇달아 보도되었다. 더불어, 고무로가 어머니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증여였다고 발뺌했는데, 증여라고 하더라고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은행에 다니던 고무로가 고연봉의 안정된 은행을 퇴직하고, 법무 사무소의 패러리걸로 일한다는 사실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월급 20-25만엔으로 과연 공주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온국민이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한 이들도 배우자를 고를 때는 심혈을 기울인다. 하물며 공주의 상대인데, 정부가 나서서 뒷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왜 이토록 허술한 상대가 공부의 배우자로 꼽힌 것일까. 왕자가 결혼을 할 때는 상대방에 대해 조사를 한 후, 공식적으로 왕족회의를 열어 심의 후에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공주의 배우자를 고를 때는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왕족회의도 열리지 않는다.

공주의 상대로 우리는 왕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타국의 왕자와 결혼하던 시대는 지났다. 일본의 현대의 공주들은 대부분 평민과 결혼을 한다. 물론 일본의 왕자들도 평민과 결혼을 하지만, 왕자의 배우자는 왕족으로 살아가는 반면, 공주와 공주의 배우자는 결혼함과 동시에 평민이 된다. 일왕의 딸인 노리노미야 공주는 2005년 도쿄도직원과 결혼 후, 구로다 사야카란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왕실을 나간 후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일절 보도되지 않으며, 일왕가족의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출가외인’으로 살고 있다. 궁내청과 아키시노노미야 왕자 가족이 일반인을 조사하는데는 당연히 어려움이 뒤따른다. 즉, 딸인 마코 공주의 증언과 학벌 등만이 상대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공주의 말만 믿고 쉽게 결혼을 결정한 아키시노노미야 왕자 가족은 뒤늦게 큰탈이 난 것이다. 결국 마코 공주는 지난 2월 6일 결혼을 2020년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다행히도 평창올림픽 직전에 발표하는 기지를 발휘한 까닭에 언론의 집요한 추궁은 피할 수 있었다.

그 많던 공주들은 어디로 갔을까. 공주가 결혼을 하면 평민이 되는 행태도 놀랍지만, 공주의 결혼 상대를 조사하는 제대로된 기관도 심의도 없다는 사실은 더더욱 놀랍다. 공주에 대한 이런 처사는 오래된 일본의 여성차별적인 단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과 쉽게 결혼할 수 있는 공주는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왕실에서조차 방치된 여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마코 공주는 2020년까지 결혼할 수 있을까. 이 기회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시간으로 삼고, 결혼까지 남은 시간들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녀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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