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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까지... 일본의 성인식 어떠하기에올해 초 일본을 달군 전대미문의 기모노 업체 잠적 사건, 그 후
2018.02.12 | 최종 업데이트 2018.02.13 13:19 | 도쿄=최지희 기자

“딸이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

12일 오전, 도쿄 하치오지 시 올림퍼스 홀에서 '리벤지(설욕)' 성인식이 열렸다. 늦은 성인식을 맞이한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머니는 눈물을 훔쳤다. 1월 8일 성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예비성년들은 약 한 달 후 열린 이날 성인식에 참가해 아쉬움을 달랬다. 이들이 성인의 날 행사에 참석 못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성인식 때 입을 기모노인 후리소데(振袖) 전문 업체가 잠적해버린 사건 때문이었다.

사건은 한 달 여를 거슬러 올라간다. 성인의 날을 앞두고 유명 기모노 전문 업체 ‘하레노히(はれのひ)’가 돌연 폐점하여, 성인식을 준비해온 수많은 예비 성인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도쿄 하치오지(八王子) 시에 사는 대학생(20)은 하레노히에 후리소데를 예약했다가 피해를 봤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기 위해 2년 전부터 예약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액은 60만 엔이었다. 

하레노히는 요코하마(横浜)에 본사를 둔 대형 기모노 업체다. 성인의 날인 1월 8일 아침, 고객들이 행사에 입을 후리소데를 찾기 위해 점포를 방문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망연자실한 부모와 딸은 눈물을 흘리며 성인식 참석을 포기한 채 발길을 되돌렸다.

기자회견에서 사죄하는 기모노 전문 업체 하레노히(はれのひ) 사장 <1월 27일 아사히신문 보도>

약 3주 뒤, 그간 종적을 감추었던 하레노히 사장이 취재진 앞에 고개를 숙였다. 1월 26일 요코하마 시 내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사장은 “일생일대의 성인식을 망가뜨렸다”며 사죄했다. 무리한 점포 확대와 자금난에 시달려 부채총액이 10억 원 대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레노히는 요코하마 지법에 파산을 신청, 기자회견이 열린 26일부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하치오지 시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월 9일부터 대응반을 마련해 변호사와의 상담을 주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월 12일 열린 리벤지 성인식은 포목점을 운영하는 여성 경영자와  약 2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뜻을 모아 하레노히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행사다. “잃어버린 성인식을 되찾아줘서 고맙다”며 66명의 참가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치오지 시장은 1월 10일, 하레노히(はれのひ) 사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대응해나가겠다”며 위로했다. <하치오지시 보도자료>

일본에서는 매년 1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성인의 날로 지정해 화려한 성인식을 치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성년을 맞이한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제히 축하행사를 진행한다. 성년이 되는 당사자들도 일생에 단 한번 뿐인 성인식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행사 때 입을 후리소데를 빌리거나 구매하는 데 최소 20만 엔(20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 엔(1,000만원)까지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처럼 성인식 때 화려한 후리소데를 입는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성인식의 시작은 2차 대전 패전 직후인 1946년 사이타마(埼玉)현에서 개최한 ‘청년축제’였다. 패전의 상실감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는 취지가 전국으로 확산됐는데, 그때 만해도 기념식 복장은 평소에 입는 옷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2차 대전 중 사치품 금지로 축소된 의류업계가 부흥책으로 후리소데를 입는 유행을 만들면서 기모노 시장이 급성장했다. 

피해를 입은 예비 성인들을 위해 포목점 경영자와 자원봉사가 중심이 되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월 12일 TV아사히 뉴스 캡쳐>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수년 전부터 미리 후리소데를 준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경제산업성이 2015년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모노 관련 판매·대여 액은 1975년 1조8천여 억 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3천억 엔으로 줄었다. 젊은 인구가 줄어들어 고객 쟁탈전이 거세지면서, 업체들은 계약을 선점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구조를 정착시켜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인식의 간소화를 주장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에서는 작년부터 성인식 개최시기를 1월에서 8월로 옮기고 간편한 복장으로 참가토록 해 경제적 이유로 후리소데를 입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인식 1월 개최를 희망하거나 후리소데 복장을 희망하는 풍조는 현저하다. 성인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성인의 날의 본연의 의미를 살리고, 값비싼 옷이 없어 성인식을 결석하는 현실을 바꾸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도쿄=최지희 기자  ohayou_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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