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휴게소 ‘미치노에키’, 식지 않는 인기의 이유

도쿄에서 치바(千葉) 현 방향으로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할 때면 만나게 되는 휴게소가 있다. 도쿄와 치바현을 잇는 해저터널 입구 인공섬에 설치된 하얀 유람선 형태의 ‘우미호타루(海ほたる)’는 푸른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자태를 뽐내며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바다 위 유람선에 탑승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주차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규모 휴게시설이다. 특산품 매장 및 식당가에서는 치바 현의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명물 생선튀김, 정어리 버거를 비롯해 우미호타루 마스코트 상품들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미치노에키(道の駅·국도변 휴게소 ) '우미호타루’에서 바라본 전경. 마치 유람선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최지희 기자>

치바 현 미나미보소 시(南房総市)에는 ‘도미우라 비파클럽’이라는 이름의 휴게소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도미우라’는 지금은 미나미보소에 합병된 옛 지명으로, 버블 시기까지만 해도 해변을 낀 인기 관광지였다. 1979년 한 해에만 5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번성했었지만 경기 침체와 함께 타 관광지 개발 본격화로 관광객은 물론 주민마저 감소하면서 인근 시와 합병되는 비운을 맞았다. 하지만 1993년 ‘도미우라 비파클럽’을 설립하여 지역의 특산품인 비파 열매를 전면에 내세워 반전에 나섰다. 전략은 적중하여 비파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카스텔라, 음료, 통조림 등이 히트를 치면서 일본 내 비파의 대표 명소가 되었다. 

인기 미치노에키(道の駅·국도변 휴게소 )로 선정되기도 한 ‘도미우라 비파클럽’ <사진=최지희 기자>
‘도미우라 비파클럽’ 내 식당에서 바라본 전경. 비파 열매로 만든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사진=최지희 기자>

이처럼 ‘미치노에키(道の駅)’라 불리는 이들 국도변 휴게소는, ‘도로의 역’이라는 이름처럼 쉬어가는 곳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일본 지방 경제 회생의 중심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농촌은 도시보다 고령화 비율이 높은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으로 농업 개방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지원으로 전국의 미치노에키를 육성해 도시에 비해 떨어지는 복지, 문화 등 인프라 정비와 함께 농수산물 판로 확보를 꾀하고 있다. 휴게기능, 지역연계기능, 정보발신기능을 미치노에키의 3대 역할로 내걸고 ‘지역과 함께 만드는 개성과 활기 넘치는 장’을 기본 컨셉으로 한다. 

미치노에키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집객력(集客力)이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의 중심에 미치노에키를 만듦으로써 지역의 경제, 의료, 문화, 관광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판 기능은 그 가운데서도 핵심이다. 생산자가 직접 공급・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1993년 건설성(현 국토교통성)에 의해 제도가 갖추어져 103곳으로 출발한 미치노에키는, 2017년 11월 현재 전국 1134곳에 설립되어 있다. 2015년 전국 미치노에키 매출액이 4천억 엔 대까지 성장했다는 분석과 함께 연간 이용자수는 약 5억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많은 수의 미치노에키가 영어, 중국어, 한국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대응하고 있다.

미치노에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져, 해마다 전국 미치노에키의 인기 순위를 매겨 방송 등에서 소개하는 한편, 인터넷에서는 미치노에키 동호회도 존재할 정도다. 미치노에키 방문을 목적으로 한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각 역마다 지자체와 연계한 행사도 활발히 개최하고 있는데, 이맘때는 치바현 야치요 시(八千代市)의 미치노에키 ‘야치요’의 딸기 따기 행사도 인기다. 

미치노에키(道の駅·국도변 휴게소 ) 공식 홈페이지

대부분의 미치노에키는 지자체가 개설하고 민간에게 경영을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하지만 방재 및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능까지 도맡다보니 완전한 민간 경영이 아닌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함께 지원받는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미치노에키의 경영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미치노에키가 흥행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점 폐쇄에 직면한 미치노에키도 있는 만큼, 미치노에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일본 내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형마트나 농협 등 유사 업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현실이 있다. 농촌 고령화 문제 역시 빠질 수 없다. 생산량 자체가 적어지면 판매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상 고속도로 구간이 기간 한정으로 운영될 때마다 국도변의 미치노에키 영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키타(秋田) 현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각각의 미치노에키의 특색을 보다 강조하여 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역의 초중학교 시설과 연계하여 현장 체험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살리기와 일본 경제 부흥을 위한 미치노에키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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