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독도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한일관계의 또 다른 갈등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규정하에서 독도를 언급하는 것이 정치적표현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한일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인천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시작에 앞서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게양되면서 부터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는 독도(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유감을 표하고 한국정부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외교부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 공식 일정과는 별개로 추진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주최였기 때문에 남북간 관례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고, 올림픽 공식행사나 장소에서 독도를 표시한 물건의 사용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간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의 독도표기 한반도기 사용은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이 일련의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의 보도는 매우 부정적이다. 일본의 주요일간지 등 대중 매체는 "올림픽은 정치적 선전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왜 스포츠 축제에 정치 쟁점화될 우려가 있는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인가” 등의 비판적 보도 일색이다. 특히 보수 언론인 산케이 신문의 경우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편성이 결정된 시점에서 이미 한반도기의 독도표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한층 비판의 논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일간의 한반도기 독도표기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많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울릉도를 그려 넣었다가 양측 합의에 어긋나 수정액으로 지우기도 했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 땐 울릉도와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개최국 일본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 땐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가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규칙을 존중하는 일본에서는 주장하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정치성 배제'를 표방하는 대회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에 보다 강한 혐오감을 나타낸다. 독도 문제처럼 일본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기의 독도 표기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행사에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는 했으나, 일본입장에서는 공식행사를 막론하고 전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사용되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상식적인 규범이 정착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특별히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IOC의 말을 빌려 "거리상 울릉도는 물론 독도도 한반도기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며 “의도적인 표시”로 판단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일본의 한반도기 항의 소식을 접한 한국내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다. 한 네티즌은 "한반도기를 가지고 항의하기 이전에 욱일기를 들고 오는 일본인부터 제지하라"며 "IOC는 나치 깃발과 하켄크로이츠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금지하면서 왜 같은 전범기인 욱일기는 금지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IOC에 개선책을 요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왕 이렇게 된거 독도를 좀 더 부각하는 지도로 교체하자"고 말했다. 

전세계 평화를 위한 스포츠제전인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한반도기의 작은 '점'이 국가간 내셔널리즘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하는 한일 양측의 대화와 소통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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