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Hand Potechi. 일본 종합 쇼핑몰 돈키호테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손감자칩 <이미지=돈키호테 홈페이지>

최근 일본여행을 다녀온 안모씨(26, 취업준비생)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돈키호테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조금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매장 한쪽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어떤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는지 물었더니 ‘원 핸드 포테치’라는 최신 히트상품이 있던 자리라는 답을 들었다.

‘원 핸드 포테치’는 포장지 모양을 병의 주둥이가 달려있게 개발해 음료를 마시듯이 먹을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기존의 동그란 모양의 감자 칩을 성냥개비처럼 길고 가늘게 만들어 손으로 잡지 않고 부어먹을 수 있게 만든 것. 이렇듯 선풍적인 인기몰이의 배경에는 손 안대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 PC를 이용한 온라인 게임은 젊은이들이 24시간 함께 하는 필수용품이다. 스마트 폰 터치나 PC 자판을 누르다가 과자를 집어 먹으면 자판에 기름기가 묻어 닦아내지 않으면 번들거림이 남아있기 일쑤다. '손을 안대거나 더럽히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면 딱 좋을 텐데...'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잘 캐치해 낸 제품이다.

일본어로 테오요고사즈쇼우힝(手をよごさず商品·손을 더럽히지 않는 제품)은 콘 홀더에서도 볼 수 있다. 삶은 옥수수에 버터를 발라 다시 구운 옥수수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콘 홀더가 큰 인기를 끌었었다. 옥수수 알갱이를 닮은 콘 홀더를 옥수수 양쪽에 박아 넣어 버터에 노릇하게 구운 옥수수를 잡을 때 손이 뜨겁거나 손을 더럽히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포테치노테(포테이토 칩의 손) 또한 간식계에 혁명을 일으킨 획기적인 도구였다. 손모양이 달린 막대 모양의 포테이토 칩의 손은 본체의 스윗치를 누르면 손가락 부분이 적절한 강도로 포테이토 칩을 잡을 수 있게 고안된 도구로 소금이나 부스러기를 잘 없애는 크리닝 기구도 함께 탑재되어 있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혼밥족들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진 이런 제품들은 앞으로도 꾸준한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사소하고 작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세심한 관찰은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데 선구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어를 전공해서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 중인 오모씨(35, 강사)는 학회나 전공 모임 또는 자료조사차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인데 시간이 날 때 마다 드러그 스토어에 간다. 문구용품이나 요리기구 코너를 주로 가는데 신기한 물건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소소하게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제품을 고를 때마다 마치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느낀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품들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피자패키징. 디자이너 하유경 정원민 귄영희 아이디어(안코디자인)

생활 속의 불편함을 해소시키는 사소한 집중력이 제품의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자 패키징처럼 피자 조각 위에 종이 홀더(사진)가 밑받침으로 되어 있어 조각을 들면 함께 뜯어져 먹을 수 있다.

손잡이 대신 젓가락으로 대체하는 도시락이라든지 불닭 튀김꼬치 위에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는데 손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세 손가락으로 된 플라스틱 집게, 츄러스 포장에 소스 용기가 달려있거나 땅콩이나 구운밤 패키징에 반을 갈라놓으면 껍질을 넣을 수 있는 등 생활 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 제품이 다양하다. 특히 간편식 제품군에서 패키징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종류의 상품군은 사회생활의 변화를 부단히 감지하면서 사소하다고 스쳐지나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하다. 비혼이 늘어나고 혼밥족들이 1인가구의 대표주자격이 되어가는 시대에 그들의 소비심리 파악은 향후 식음료 산업의 사활이 걸린 큰 과제이기도 하다.

누가 먼저 발견해 트랜드화 시키는지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큰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음식물에 손 안대고 먹기’ 또한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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