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에도 긴자에 집중된 안테나숍, 그 속내는?

“둥근 달을 보니 문득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수제비가 먹고 싶어 졌다. 가부키좌 앞에 있는 이와테 현 특산물 판매점 ‘이와테 긴가 플라자’에 들를 생각이었다. 거기서는 이와테 현에서 생산된 식료품이라면 뭐든 살 수 있다”  (우치다테 마키코의 소설 ‘끝난 사람’ 중에서)

소설 속 대목처럼 도쿄의 도시민들이 안테나숍을 찾아 먹을거리를 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문득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면 퇴근 길 안테나숍으로 향해 식재료를 사와 집에서 요리해먹거나, 아예 매장에 딸린 음식점에서 한 끼 해결하기도 한다. 도쿄에는 현재 72개의 특산물 판매점, 즉 ‘지자체 안테나숍’이 성업 중으로, 이들 대부분이 접근성이 좋은 도심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다. 

지자체 안테나숍이란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관광 상품 안내 및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수・발신하고, 특산품 판매 시설과 음식 시설 등을 갖춘 점포를 말한다. 먹거리를 메인으로 하여 도시와 지방을 연결함으로써 점포를 방문해 식재료를 구입하고 시식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지역을 여행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긴자에 위치한 이와테 현 안테나숍 ‘이와테 긴가 플라자’ <사진=최지희 기자>

사단법인 지역활성화센터가 올해 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도쿄도 내 안테나숍의 수는 72개 점포(단독점포56, 집합점포16)까지 늘어났다. 독립 점포(상업시설의 일부에 병설된 형태가 아닌 단독형 점포) 가운데 37개 점포가 연간 매출 1억 엔 이상을 올리고 있다. 

위치로 보면 JR유락쵸(有楽町) 역 앞의 교통회관에 홋카이도와 도야마 현의 안테나숍이 입점해 있으며, 도쿄 메트로 긴자 1쵸메(銀座一丁目) 역 주변에는 오키나와, 고치, 히로시마, 야마가타 등 각 현의 안테나숍이 집중되어 있다. 특산품 판매와 함께 운영되는 음식점도 손님들로 붐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안테나숍은 연간 방문객 수 2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홋카이도 도산코 플라자’다. 그 외에 도치기 현, 니가타 현, 오키나와 현 안테나숍도 100만에서 150만 명의 방문객 수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증한 해외 관광객에 대비해 영문판 안테나숍 지도 제작에 나섰으며,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락쵸 교통회관에 위치한 홋카이도 현 안테나 숍 <사진=최지희 기자>

이처럼 1994년에 첫 출점 이래 일본이 자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한 안테나숍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언급한대로 지자체 안테나숍들은 대부분이 도쿄 내에서도 일등지에 속하는 긴자, 유락쵸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안테나숍의 원래 목적인 지자체와 특산품 홍보를 위해서는 그만큼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판단 아래서다.

그런데 부동산조사회사 CBRE의 수치를 통해 산출해 보면 긴자에서 평균 30평 정도의 가게를 운영할 경우, 최고의 입지라면 월 450만 엔(연간 5400만 엔) 이상이 임대료로 빠져나간다. 그 외에 초기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각종 지출을 감안하면 판매액이 억대라고 해서 웃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매장 방문객 수와 연간 판매량은 수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순이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 곳에 이들 안테나숍이 위치하고 있는 만큼, 판매액이 1억 엔을 넘어도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마디로 ‘영업성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홍보 측면에서 봐도 최근에는 도쿄 내 백화점이나 지하 마트, 전철역 매장 등에까지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한 점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꼭 그렇게까지 비싼 임대료를 내고, 부족분을 지역민의 세금으로 메꾸어가면서까지 운영할 만큼 지자체의 홍보 효과가 있는지를 꼬집는 것이다. 

긴자 1쵸메 역에 위치한 고치 현 안테나숍. 음식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진=최지희 기자>
고치 현 안테나 숍 매장 내부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전국 안테나숍 소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하마다 노보루(濱田登) 씨는 산케이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물건을 파는 것만으로 흑자 운영을 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비용 대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지역 특산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일본에서는 특징 있고 시장성 있는 상품들은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테나숍은 이제 그간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 창출 공간으로의 변모가 요구되는 시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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