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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쩐의 전쟁-암호화폐②] 화폐 아닌 화폐인 듯 화폐 같은 비트코인수학적 근거 기반의 제4세대 화폐의 탄생
2018.01.24 | 최종 업데이트 2018.02.02 16:41 | 이준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사토시. 비트코인 창시자의 이름이자,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다. 암호화폐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발칙한(?)상상을 한번 해보자. 비트코인이 화폐가 가진 가치척도·지급수단·가치저장·교환기능으로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사토시를 기축통화인 달러의 최소단위인 1센트에 대입하면 비트코인의 최대 발행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1 비트코인은 1억 사토시이므로 1억 센트, 즉 1백만달러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21조 달러에 해당한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달러의 총액이 약 15조 달러라고 알려져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유동성이나 희소성 만큼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1비트코인이 1백만달러의 가치를 보유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비트코인이 화폐가 가진 가치척도·지급수단·가치저장·교환기능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는 전제하에서의 상상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이처럼 화폐로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면 비트코인과 일반 화폐의 차이점은 정부나 중앙은행 등 제3의 신뢰기관 존재 여부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의 존재 의의는 바로 이점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들여다 보면, 이러한 암호화폐의 존재 의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현행 화폐 시스템에 대한 성찰은 오간데 없고, 한쪽은 암호화폐를 '사기극'이자 '도박'이라 폄훼하고, 반대편은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무지'라고 반박한다.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니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 시키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접어두고 암호화폐만으로 초점을 맞춰보자.

우리는 물건을 사고 팔때 화폐라는 수단을 통해 거래를 한다. 그리고 이 화폐는 대부분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발행되고 통제된다. 지금의 동전과 지폐가 돈으로 쓰이기 전에는 조개껍질이나 곡물, 베 등이 물품화폐로 사용되다가 금·은·동 등이 화폐로 주조되어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강제 통용력이 인정된 지폐나 주화, 그리고 신용화폐인 전자화폐가 사용되고 있다. 화폐는 연대기별로 이론적 기반도 다르다. 제1세대는 생업의 수단, 2세대는 부의 축척수단, 3세대는 정치적 권력 수단으로 존재해 왔다. 즉 화폐는 이렇게 계속 변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코드가 돈으로 쓰이는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이 막연한 생각은 '비트코인'이 나온 후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바로 수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제4세대 암호화폐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건 10년 전 짧은 논문 한 편에서 시작됐다. 2008년 10월 31일 인터넷에 A4 용지 9장짜리 논문이 올라왔다. 제목은 '비트코인:P2P 전자 화폐 시스템'. 저자는 ‘사토시 나카모토’. 암호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가명으로 제안한 것이다. 

디지털 암호화를 통한 화폐 시스템. 즉 암호화폐의 기원을 '비트코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암호화폐 발상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에서 움텄다. 사생활과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중요시하는 사이퍼펑크족들은 익명 디지털화폐나 암호를 써 익명화된 디지털화폐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탄생한 것이 UC버클리 대학 암호학자인 '데이비드 차움'이 RSA암호를 활용해 만든 화폐인 '디지캐시(DigiCash)'다. 이 개념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디지캐시라는 기업을 설립했지만 경영 실패로 획기적인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데 실패하고 1998년 파산했다. 디지캐시는 관리주체가 거래 내역을 볼 수 없다는 면에서 새로운 차원의 가상 화폐로 주목받았다.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1998년 '웨이 다이'가 사이퍼펑크들의 메일링 리스트 상에 게재한 중앙 권력보다는 암호작성술을 사용해 발행과 거래를 통제하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에 대한 논문에서 비롯된다. 논문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닉 재보' 라는 컴퓨터 공학자는 비트코인의 블록 암호화 및 검증 구조의 근간이 되는 '비트골드(BitGold)'를 제안했다. 

데이비드 차움, 닉 재보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다수의 프로그래머들이 암호학자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 젊고 자유분방한 프로그래머들은 사이퍼펑크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국가 감시에 대한 극도의 반감으로 인해 화폐거래의 '익명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결국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는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이 과거의 논의를 다시금 현실로 이끌어 낸 것은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사토시의 9장짜리 논문이었다.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고, 정부가 손을 쓰지 못하는 초현실적 상황의 도래가 '정부나 금융기관을 배제한 화폐 제도'에 새로이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여전히 사토시의 정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다만 그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족적인 논문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의 논문의 첫 문장은 "완벽한 P2P 전자화폐 시스템은 온라인을 통해 일대일로 직접 전달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필요하지 않다(A purely peer-to-peer version of electronic cash would allow online payments to be sent directly from one party to another without going through a financial institution)."고 기술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인터넷 상거래는 일반적으로 제3자인 은행이 보증하는데 이런 시스템에선 신용에 기반을 둔 근본적인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하며, 파산의 위험도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즉,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의 비대화·권력화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화폐의 발행 및 통제권을 탈중앙화 시키고 제3자의 개입없이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증하는 화폐 유통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데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그의 바램과는 달리 작금의 글로벌하게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과연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게 만든다.

다음호에서는 비트코인의 작동체계와 태생적 한계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이준 기자  pressm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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