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주 후 반세기, 평균 연령 60세 이상 지구(地區)도

도쿄 메구로구에 사는 A씨(42)는 조금 늦은 귀성길에 올랐다. 집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이면 부모가 살고 있는 다마시(多摩市) 가이토리(貝取) 지구에 도착한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차창 밖 풍경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다만 길 가는 행인과 달리는 차들이 눈에 띄게 줄어, 어딘지 모르게 축 처진 분위기가 세월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이곳에서는 대학생 때까지 지냈다. 아파트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아 어렵지 않게 차를 세웠다.

다마시 가이토리 지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최지희 기자>

다마뉴타운의 조성과 함께 만들어진 이곳 아파트 단지도 지은 지 40여년이 흘렀다. A씨 부모가 이십 대에 이곳으로 이사 왔으니, 지금은 둘 다 어느새 칠순을 앞둔 나이다. A씨의 어머니는 새해를 맞아 1층 베란다 겸 정원에 심은 수목을 정리했다. 올해는 단지 내 가사대행 서비스 업체를 이용했다. 업체는 집안 청소, 전등 교체, 택배 보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A씨 부모와 같은 노부부 세대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점심을 먹고 단지 내 공원을 산책했다. 스쳐간 주민들은 30대 가량의 여성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A씨 부모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가이토리 지구 단지 내에 위치한 가사 대행 서비스 업체 <사진=최지희 기자>

A씨가 어릴 적엔 학교 가을 운동회가 끝나도 아쉽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 운동회가 또 한 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밤새 오즈의 마법사 분장을 준비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A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이 이곳을 벗어나 도심에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렸다. 일 년에 명절 혹은 부모님 생일 정도에 들르는 것이 고작이다. 

매해 가을, 학교 운동회 한 달 뒤엔 단지 운동회가 열렸다. <사진=A씨 가족 제공>

그나마 최근 당국의 도시 재생 정책으로, 다마뉴타운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다마센터역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합리적인 가격과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좋아 젊은 부부들이 첫 보금자리로 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세권이 아닌 지역은 새로운 인구 유입이 제로에 가깝다. A씨의 어머니는 “다마센터역과 이곳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 같은 지역 내에서도 날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며 씁쓸해했다. 도심과 신도시와의 불균형 발전에 이어, 신도시 내에서도 격차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다마뉴타운의 다른 지구는 사정이 어떨까. 대단지 아파트가 늘어선 아타고(愛宕)지구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저출산으로 합병이 이루어진 초등학교터에 새로운 단지를 조성하여 주택을 세울 방침이다. 문제는 새로워진 건물에 과연 새로운 인구가 얼마나 유입될 지다. 이곳 단지들에서는 사실 몇 년 전부터 고독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그 수가 늘어, 작년 1년간 아타고 지구 내 고독사 수가 6건에 이를 정도다 (1월 4일자 아사히신문). 이처럼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 저출산 문제와 함께, 70년대 도심 외곽에 지어진 신도시의 고령화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구에 따라서는 주민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기도 한다.   

다마뉴타운은 도쿄도 이나기시(稲城市)・다마시(多摩市)・하치오지시(八王子市)・마치다시(町田市)에 걸쳐 펼쳐진 다마구릉(多摩丘陵)에 개발된 일본 최대 규모의 뉴타운이다. 건립이 검토된 1960년대 초반은 일본이 패전 트라우마를 벗어나 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 이와 함께 도심으로 인구가 몰리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에 주거 중심의 신도시를 만든 것이 다마뉴타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1971년 첫 입주로부터 반세기 가량이 흘렀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도시 개발은 롯본기힐즈, 미드타운, 시부야 등 계속해서 도심 재개발에 집중되어있다. 도심과의 격차가 심각해지자 2000년 중반에는 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다마뉴타운의 중심인 다마센터역과, 가까운 부도심 역세권에 고층 타워 아파트들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역과 인접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소외된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 움직임은 둔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인구는 증가하지 않고 늙어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추정치)는 2017년 7월 현재 3501만 명. 2025년에는 총 인구의 30%에 달할 전망이며, 이후에도 기세를 더해갈 것이 분명하다.

한 때 일본은 물론 세계의 주목을 받던 다마뉴타운은 이제 일본의 도시 정책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서구의 도시 축소 재생 운동을 참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은 현재 거주 중인 고령층이 고립된 생활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한국의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역시 다마뉴타운을 모델로 삼아 개발되어왔다. 다마뉴타운의 미래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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