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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장례식'을 통해 본 죽을 권리
2017.12.20 | 최종 업데이트 2017.12.20 15:37 | 이승휴 기자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사회면에 게재된 안자키 사토루 전 코마츠 사장의 '생전장례식' 안내 광고.

일본 건설부분 대기업인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80)씨는 금년 10월초에 담낭 암이 발견되었고 전이되어 암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고 방사선 및 항암제 등 연명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연명하는 효과는 조금 있겠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화학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다.

대신 죽음에 대비해서 죽기 전에 장례식을 치루겠다고 직접 본인 장례식 신문광고를 내고 생전 장례식에 참여한 1000여명의 지인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 ‘생전 장례식’은 아마도 안자키 사토우씨가 세상과의 이별방식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말기 암 판정은 수술이 불가하고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어질 때 의사가 선언하는 것이다. 말기 암 판정을 받았을 경우 10명 중 4명 정도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았는지 정확한 설명을 못 듣고, 10명 중 2명은 사망할 때까지도 모른 채 임종을 맞는다.

모르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란 가족들의 판단으로 쉬쉬해서 생긴 결과다. 그러나 가족들의 염려와 달리 96% 말기 암 환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를 원한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치료를 선택할 수 있고 죽음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전문가의 소견이다.

환자도 알 권리가 있다. 그래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남길 것은 남겨야 세상에 대한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마음 편히 저승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젊어서는 아픔이나 죽음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죽음은 순서대로 오는 것이 아님으로 떠날 때 세상에 미련남지 않게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해서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 카톨릭 대학교 서울 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 이용주, 동국대학교 가정의학과 서성연 연구팀은 입원치료가 불가능하고 기대 여명이 수개월로 예상되는 말기 암 환자 162명을 대상으로 환자에게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 점수를 평가하고 이를 환자의 생존기간과 비교한 결과 신체 기능 상태와 삶의 질 평가가 생존기간과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즉 환자가 느끼는 건강과 감정 상태가 양호하면 생존기간이 길 수 있지만 피로 구토 식욕부진 변비와 같은 증상이 심할수록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 스스로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생존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김모씨(42, 중계동)는 “항암 치료 대신 자연식으로 식이요법하고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취미활동으로 우크렐레와 수채화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암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놀랍다고 하더군요. 완치까지는 아니지만 처음 판정받았을 때의 참담함 떨쳐버린 요즘 오히려 시련이 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라며 식구들 염려가 무색하게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내제되어 있다.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은 삶의 일부분인 셈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르신들은 ‘잠자듯이 죽으면 좋겠다.’ ‘죽을 복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남은 자식들에게 되도록 폐 끼치지 않고 아파서 골골하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잠자듯이 죽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인 셈이다.

의학이 발달하다 보니 골골거리며 사는 기간이 너무 길다. 초 고령화 시대는 재앙에 가깝다. 산소마스크와 고무호스에 연결되어 반송장 상태로 버티는 삶은 의미가 없다.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는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는 존엄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생명을 다루는 법인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의미 없는 연명치료 보다는 살아있을 때 건강할 수 있도록 예방법에 더 중심을 두는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승휴 기자  tmdgbtkfk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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