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미니스톱, 전체 2245개 점포 성인잡지 판매중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日출판업계, 편의점 유통망 사라질까 좌불안석

일본의 유통 대기업 이온그룹 산하의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이 1일 성인잡지에 대해 판매중지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출판업계가 미니스톱의 성인잡지 취급 불가 결정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판업계가 표현의 자유침해나 자체 검열에 대한 문제의식 보다도 편의점내 가판대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싸여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니스톱은 1일 치바 시내에 위치한 43개 점포의 판매 중단을 시작으로 2018년 1월 1일부터 전체 2245개 점포에서 성인잡지를 팔지 않기로 했다. "불쾌하다", "아이를 데리고 점포에 들어가기 꺼름칙하다" 등 여성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일본의 편의점에서 성인잡지를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미니스톱의 사례가 처음이다. 미니스톱의 후지모토 아키히로 사장은 11월 21일 치바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녀노소 누구나 안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니스톱의 결정에 대해 출판업계는 성인잡지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일본의 한 중견출판사 관계자는 "성인잡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며 "성적인 표현이 포함된 만화나 잡지 이외에도 파칭코·파치슬로, 마작 등 도박관련 잡지 등도 출판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들 모두가 성인잡지에 해당된다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니스톱은 이에 대해 성인잡지에 대한 정의는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의 자율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보호육성조례에 따른 '미성년자에게 판매·관람 등이 금지된 잡지'와 '이와 유사한 잡지류'다.

출판업계는 "'이와 유사한 잡지류'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다"며 "어떤 내용의 잡지가 이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유해도서를 둘러싼 출판, 유통, 행정 등 각 이해당사자들간의 주요 판단 쟁점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여부였다. 예를 들어 1993년 오오타 출판사가 출간한 '완전자살 메뉴얼'은 100만부 넘게 팔리며 종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잡지의 내용이 '자살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자 1997년 군마현은 이를 유해도서로 지정해 군마현 지역의 서점에서는 판매를 금지시킨 바 있다.

잡지에 포함된 부록 때문에 유해도서로 지정된 사례도 있다. 2000년 타카라지마사의 컴퓨터 잡지 2종이 도쿄지역에서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 됐는데, 잡지의 부록이었던 CD-ROM에 성인용 동영상이 수록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서적출판협회와 일본 출판중개협회 등 출판관련 4개 단체가 조직한 출판윤리협의회도 해당 잡지에 대해 유해도서 결정을 내리면서 도쿄뿐만 아니라 전국의 서점 및 편의점에서도 잡지를 취급할 수 없게돼 결국 2개 잡지 모두 휴간(실질적인 폐간)되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성이나 폭력을 묘사한 내용을 담은 잡지나 책이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서점이나 편의점 등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에 낫뜨거운 표지의 잡지들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같은 상황을 고려해 일본 정부내에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출판업계에 자주적인 규제강화에 착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번 미니스톱의 결정을 두고 "훌륭한 판단이다", "다른 편의점도 동참해야 한다" 등 판매 중지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중견출판사 사장은 "남성중심에서 여성, 어린이, 노년층으로 편의점 이용자가 확대된 만큼, 성적인 표현이 농후한 잡지에 대한 판매중지나 철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라면서도 "성인잡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력을 동원한 규제강화에 움직임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나는 주장이다.

그는 또 "성인잡지가 철거된 가판대가 냉장보관대나 스마트단말기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잡지코너 자체가 없어질 것 같다"고 한숨 섞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실제로 일본의 출판업계 불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간행물 추정판매액은 전년 대비 3.4% 줄어든 1조 4709억엔으로 1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잡지류의 경우 5.9% 줄어든 7339억엔에 그쳐 19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판매 중지 잡지를 선별해 나갈 예정이다"며 "잡지코너의 공간과 레이아웃은 각 점포의 입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잡지코너가 바로 없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판매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까지 일본 편의점 빅3인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등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고객과 가맹점의 입장 등 사회적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일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을 뿐이다.

각종 스마트기기의 출현으로 인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적인 출판업계, 편의점의 유통거점마저 잃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업계의 모습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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