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배임혐의 강력부인?

정치권과 검찰의 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던 KT 이석채 회장이 3일 이사회를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하루 전만 해도 배임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던 이 회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에 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고 이에 이 회장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사퇴 표명을 했다. ⓒ 뉴스와이어
검찰은 지난 달 22일 참여연대 고발건으로 KT본사와 계열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어 31일에도 KT의 분당ㆍ서초ㆍ광화문 사옥과 임직원 5∼6명의 주거지 등 8곳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계속해서 이 회장이 귀국한 2일 저녁부터 이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KT 주요 임원진을 소환하면서 전방위 압박에 나선 상태였다.

특히 검찰은 이 회장이 이들 주요 임원들의 연봉을 과거보다 3∼4배 인상하면서, 그 댓가로 상당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온 혐의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초에는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재차 고발장을 냈다.

게다가 최근 국정감사에선 무궁화 위성 매각도 도마에 올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다음주 청문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KT가 2010년~2011년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투자 금액의 1% 수준에 불과한 헐값 45억 원을 받고 홍콩 위성 서비스 전문기업인 ABS에 매각했다며 ‘국부 유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청도 이어졌지만 이 회장은 업무 차 아프리카로 출장을 가버리는 등 사퇴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나는 정면 돌파란 단어를 모른다”며 “내 할 일 할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는 그런 것이다”고 밝혀 회장직을 이어갈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3일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어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메일에는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나의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검찰수사의 불만을 반영했다는 평가도 알려졌다.

KT는 이 회장의 사퇴와 관련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에도 정권 교체와 함께 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며 침통한 표정이라고 전해진다.

실제 이 회장에 앞서 KT를 이끌었던 남중수 전 사장도 검찰 수사로 2008년 재임 당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회장의 사퇴가 배임•횡령 등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당초 국민기업을 이끌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자가 KT를 사리사욕과 사익편취의 대상으로 삼고 쇠락의 길로 올려놓은 책임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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