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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도 여가활동도 할 줄 모르고 일벌레로 살아온 남편들이 정년퇴직으로 집에 돌아오자 삼식이로 살면서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대 못살겠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잔소리는 여자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기지만 나이가 들면서 남자들의 잔소리도 의외로 심한 경우가 많다.

현명한 분들은 퇴직 후 직장 다니면서 못했던 취미활동을 찾아 시간을 적절히 잘 활용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박모(62, 인천시)씨는 “인천시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평소 취미였던 사진도 찍고 50+ 평생교육원에서 필요한 교육도 받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삽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평생 갈등해 왔던 큰아들과도 가부장적인 외피를 벗어던지고 나니 제 잘못이 보이더군요. 참 많이 미안했어요. 큰아들이 결혼하고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부자관계가 확 좋아져서 더없이 행복합니다.” 며 제2의 인생을 잘 살아간다.

찾아보면 큰돈 안들이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도 주부들과 섞여 배우는 것을 꺼려하는 남성들이 많다. 평생 일만 해서 취미활동을 찾아서 하는 것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식들 키워놓고 취미활동 네트워크가 많은 아내들의 바깥나들이가 못마땅하고 때늦은 집안 살림 참견으로 잔소리를 해대니 부부 사이가 삐거덕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잔소리를 줄이는 제일 좋은 방법은 ‘공감’이다. 내가 너의 모든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의 공감이 아니라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공감이다. 상대방에 공감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말을 반복해 보는 것이다.

외출했다 돌아와 어질러진 집안을 보며 ‘하루 종일 뭐 하느라 집안이 이 꼴이야?’ 비난조로 말하면 좋은 말이 나올 수 없다. ‘오늘 바빴나 봐. 집안을 못 치웠네. 바쁜 일 있었어?’로 물어본 다음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고 ‘아 그랬구나!’ 공감해주면 다음부터는 바쁜 일이 있어도 치울 것은 치워놓고 볼일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백 트레킹(back tracking)이라 한다. 즉 상황에 대해 나의 판단이 아닌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말한 후에 질문하고 그다음 상대의 말을 반복해 말해 보는 것을 말한다. 반복하는 중에 이해가 저절로 되는 것이다. 흥분했을 때 심호흡을 한번 해 보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몇 년 전 아이유의 노래 ‘잔소리’가 유행했었다. 가사 내용 중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라는 내용이 나온다. 사랑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 말조차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기 보다는 잔소리로 머물 뿐이다. 그나마 연인 사이에서는 잔소리가 귀여운 애교로 봐줄 만하지만 대개는 잔소리에 귀 닫아걸면서 관계만 나빠질 뿐이다.

부모와 자녀들의 가장 큰 갈등 역시 부모의 뻔한 잔소리다. 부모가 하는 잔소리 내용은 열 줄로 요약될 정도로 뻔하다는 것이 자녀들의 하소연이다. ‘넌 커서 뭐가 될래?’ ‘게임 그만하고 공부나 해.’ ‘공부 그렇게 안하고 뭐 먹고 살래?’ ‘널 위해 공부하라는 거지 날 위해 공부하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잔소리를 12년 동안 무한반복하기 때문에 귀 닫아걸고 산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전혀 공감이 안 되고 사이만 멀어지는 계기가 된다. 한번 단절된 관계는 회복하기가 힘들다. 잔소리 대신에 ‘아, 그래. 지금 많이 힘들지?’하며 마음으로 공감해 주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나긴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공부만 잘하는 남 보다는 공부는 좀 못하더라도 내 아이로 남는 것이 서로에게 행복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3살 이후부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서서히 나타난다. 나이를 먹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야 할 것인데 과연 성인들은 아이들에 비해서 잘 공감하고 소통할까? 아니다. 어른이 되면서 머리로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은 갖추게 되지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공감능력은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며 관계맺음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뻔한 잔소리로 상대방의 귀를 닫아걸게 하지 말고 공감으로 소통하고 마음으로 끌어안는 관계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장 큰 행복도 가장 큰 불행도 사람을 통해서 온다. ‘공감’은 좋은 관계맺음의 필수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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