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항소심 재판부가 SK그룹 최태원(54) 회장과 최재원(51) 부회장 형제를 '횡령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가 됐다.

결국 형제 간의 불화와 구설수 상황까지 연출하면서 감형을 기대했던 최 회장 형제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최재원 수석부회장마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53) 전 SK해운 고문까지 혐의를 부정하고 나서면서 검찰과 재판부의 '괘씸죄' 적용 이후에도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같은 정황상 최 회장 형제는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동반 구속된 이후 대법원에 준비 중인 상고심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이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재구성 해 봤다. <편집자 주>

관련업계와 법조계는 이같은 '괘씸죄'의 흐흠에서 검찰의 항고심 불복과 김 전 고문을 매개로 검찰과 재판부에 다시 한번 도전한 것이 실패한 경우, '중복 괘씸죄'로 인정돼 기존 형량보다 높은 최고형량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현재 형법 제355조 횡령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 3조는 범죄행위로 인해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

▲ SK그룹 횡령사건으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좌),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우) 형제 ⓒ뉴스와이어
'괘씸죄'에 '괘씸죄'를 더하면…검찰, 재판부 모두 뿔났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에서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게 왜곡했다"며 최 회장 형제들과의 범행일체를 부인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김 전 고문을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000억 원대 펀드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이 중 465억 원을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빼돌리도록 한 혐의로 대만에서 체포했다.

김 전 고문이 송환됨에 따라 최 회장 형제 측은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도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 상고심을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당시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항소심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이를 추가로 상고심 재판부에 낼 예정"이라며 "항소심이 심리를 미진하게 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 회장 형제의 횡령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 증인인 김 전 고문의 진술을 듣지 않고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를 강행, 논란의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갈 수도 있다. 김 전 고문의 변호인은 "김원홍 피고인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로부터 450억 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는 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고문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김준홍에게 450억 원을 빌리고 연 9%의 이자를 지급해 왔는데 김준홍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거짓진술을 한 것"이라며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최 회장 형제가 김 전 고문에게 투자금을 송금했다는 1ㆍ2심 재판 결과와 배치되는 이 주장과 밝혀지는 과거의 사실은 재판부, 검찰 측의 판단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만들 수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본시 최 회장은 손길승 전 SK 부회장을 통해 1998년 10월, 당시 '여의도 증권가 무속인'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김 전 고문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속세 문제로 고민하던 최 회장은 김 전 고문 덕택에 현금재산을 1,000억 원대까지 불려준 것을 계기로 그를 SK해운 고문으로 앉힌 뒤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돈을 선물과 옵션에 투자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05년부터는 투자금 명목으로 6,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전달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최 회장 형제가 이 과정에서 회삿돈 465억 원을 빼돌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검찰은 2008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최 회장 형제가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해 회삿돈으로 펀드를 만들었고, 정식 펀드가 결성되기 전에 선입금되게 한 뒤 이 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 전 고문에 대해서는 같은 사건에서 최 회장이 SK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창업투자회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000억 원대 펀드 출자를 하게 한 뒤 이 중 465억 원을 횡령,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쓰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 SK 본사 사옥 ⓒ 데일리즈
2011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김 전 고문은 해외로 도피했다. 이후 최 회장 형제는 항소했고 항소심 직전인 지난 7월 31일, 김 전 고문은 도피한지 28개월 만에 대만에서 붙잡혔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 때 "최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투자금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주위적 공소사실 외에 "최 수석부회장이 주범이고 최 회장은 이를 방조한 종범"이란 취지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첨부해 공소장을 변경한 바 있다.

검찰이 피고인의 범죄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경우에 대비하여 주요 공소사실(주위적 공소사실)에 더해 추가로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예비적 공소사실이다

'여의도 무속인'을 믿은 재계 서열 3위 SK그룹 회장 형제
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의 관계, 왜 괘씸죄인가?

항고심 재판부는 "거짓된 내용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임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키는 등 그때그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며 수사기관과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고 비난하며 판결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만들어진 거짓 논리를 따라 진술하다 보니 결국 재판과정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내세웠다"며 "법원을 조금이라도 존중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재판부는 선고 직전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의 송환을 이유로 변론 재개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김원홍 씨의 인간됨으로 미뤄 증인 심문은 의미가 없다"며 선고를 강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 형제의 태도를 문제 삼은 점, 김 전 고문에 대한 변론 재개도 받아들이지 않은 점, 판결문이 다소 과격했던 점을 들며 '괘씸죄가 추가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도 이어졌다.

앞서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장본인이고, 최 회장과 '공모'해 이 사건을 진두지휘한 주범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김 전 고문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의 신빙성을 위해서라도 김 전 고문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변론재개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인물이던 김 전 고문이 붙잡히자 최 회장 형제의 재판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김 전 고문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 회장 형제는 현재 항소심의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최 회장 측은 상고 이유와 의견서를 통해 변론권 제한과 심리부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고문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더 불리하게 밝혀지는 사실과, 앞서 항고심에서부터 '괘씸죄'란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대법원의 법리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된다는 외부의 지적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SK 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의 상고심은 현재 진행중인 김 전 고문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하급 재판부의 공판 결과에 대해 절차를 따지는 것"이라며 "김준홍, 김원홍 두사람 간의 송금문제는 최태원 회장과는 관계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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