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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등골브레이커, 롱패딩
2017.11.22 | 최종 업데이트 2017.11.22 09:23 | 이승휴 기자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입구 앞에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시민들이 밤을 지새우며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성큼 다가온 겨울이라 그런지 가볍고 따뜻한 패딩 하나 살까? 고민 중인 박모씨(48, 동부이촌동). 그동안 입었던 패딩은 털이 거의 빠져나가 보온성이 심각하게 떨어져 본래의 기능을 찾아볼 수가 없다. 큰맘 먹고 백화점에 갔으나 구스다운이라 그런지 가격이 비싸 선뜻 사지 못하고 아울렛 이월상품이나 사야지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대부분 가정주부들의 마음이다. 꼭 필요해도 김장준비도 해야 하고 아들 패딩도 필요하니 정작 본인의 옷은 뒷전으로 밀린다.

학교 앞 하교 길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검정색 롱패딩의 행렬이었다. 짧은 패딩을 입은 친구는 어쩌다 눈에 띌 정도이고 대다수 학생들은 검은 롱패딩을 입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롱패딩은 합숙훈련 중인 운동선수 위주로 착용되었는데 올해는 일찌감치 겨울 트랜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겠다.

평창 롱패딩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7000장 정도 남은 수량을 22일 롯데백화점(공식판매처)에 재입고 예정이라는데 안전사고를 걱정할 정도라니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하다. SNS에 입고 찍어 올린 연예인들도 롱패딩 유행에 한몫을 단단히 한 셈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롱패딩은 14만 9000원으로 가성비 갑 구스다운이라 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토종 의류업체 신성통상의 염태순 회장은 “가성비 좋은 제품이란 싸고 괜찮은 제품이 아니라 괜찮은데 싼 제품이다. 품질이 먼저고 가격은 그 뒤다.“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내년에는 더 품질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구스다운의 롱패딩 메이커 제품의 가격은 40만 원대에 가깝다. 물론 50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올해 겨울이 추울 거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롱패딩이 더 유행하기도 했지만 40만 원대 롱패딩을 선뜻 사주기에는 부담이 큰 가격대다. 메이커 로고가 큼직하게 팔이나 등짝에 들어가 있다. 싼 가격의 패딩을 입기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사정을 감안하기는 어려운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2 딸을 둔 이모씨(중계동, 48)는 요즘 고민이다. 노00 롱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는 딸아이랑 한참 실랑이 중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사준 패딩점퍼가 있음에도 롱패딩을 사달라고 하는데 패딩이 없으면 몰라도 또 사주기에는 가계 부담도 크다. 작년 꺼 입고 다니라고 설득을 해봐도 반 친구들 모두 롱패당을 입었다며 막무가내로 조르는 딸 때문에 조만간 사줄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하소연한다. 작년 패딩은 엄마가 입고 딸아이한테는 롱패딩을 사줘야겠다고 한다.

교복 위에 보온으로 입는 패딩이 넘 비싸 교복처럼 공구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한때 나이0 운동화, 노스000 바람막이 점퍼가 유행처럼 퍼져 학생들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고 꼭 사야하는 핫한 아이템들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이라 그런지 어른들은 너도나도 다 입으면 희소성이 떨어져 오히려 안 입게 되는데 아이들은 공동체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오히려 똑같은 것으로 통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롱패딩으로 뒤덮는 물결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철 보온성이 뛰어나고 무겁지 않은 구스다운의 롱패딩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었으면 한다. 롱패딩 하나면 추운 겨울 따스하게 지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점퍼나 오버 등등 필요 없이 롱패딩 하나로 완성된 겨울 룩도 나쁘지만은 않겠다.

검은색 롱패딩으로 중무장한 똑같은 아이들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 내용물들은 제각각의 알록달록한 색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를 바란다. 똑같은 모습의 옷처럼 똑같은 내면세계를 가졌다고 잠시 상상을 해보니 끔찍해졌다. 롱패딩으로 따뜻한 겨울을 나면서 품안에 봄을 맞을 씨앗들을 저마다 품고 생활하기를 빌어본다.

이승휴 기자  tmdgbtkfk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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