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력 향상 기반·엔화약세 등 외부요인 우호적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이후 일본 증시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닛케이 평균 주가는 16영업일 연속 상승했다. 1960년 12월 21일부터 1961년 1월 11일까지 지속됐던 14영업일 연속 상승기록을 갈아치우며 57년 10개월 만에 사상 최장 연속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11월 7일 종가는 2만2937엔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외에도 2만 2900엔대의 평균주가는 1992년 1월 이래 25년 10개월 만이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알려진 버블붕괴 직후의 반발 매수세로 기록한 2만 2666엔을 넘어선 것도 매수세 유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주식을 사려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주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닛케이 평균주가가 2018년 3만엔, 2020년 4만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10만엔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나오더라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혹독한 구조조정 속 日기업 수익력↑

이렇듯 닛케이 평균주가가 거침없는 상승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읽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일본 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상당부분 하향조정한 상태다. 그 결과 일본기업의 경쟁력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해졌다. 주가 상승의 요인을 굳이 한가지만 꼽자면, 일본 기업들의 수익력 향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상징적인 것이 바로 '소니'다. 소니는 견조한 스마트폰 용 이미지센서 판매에 힘입어 연초 5000억엔으로 예상했던 2018년3월기 예상영업이익을 지난 10월 결산발표와 함께 6300억엔으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올해 최종이익을 2550억엔에서 3800억엔으로 수정한 소니는 10년 만에 사상 최고이익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기의 핵심인 반도체, 액정,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맥을 못추고 있지만, 소니를 비롯하여 이미지센서 등 주변분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다수 눈에 띈다.

눈부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소니 뿐만 아니다. 지난 2일에는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이 예상실적을 상향조정했다. 대형항공사인 일본항공과 ANA홀딩스, JR동일본, 토부철도 등 철도관련 기업, 대형 위생도기업체 TOTO, 건설기계업체 코마츠 등 다양한 업종의 일본 대기업들이 올해 예상 실적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전문지 동양경제에 따르면, 올 회기년도 전체 상장기업의 예상 영업이익합계는 6월 시점 전기대비 8.2% 증가에서 9월시점 9.3%로 큰 폭으로 상향수정됐다. 또한 11월초에는 10.3%로 수정돼 연말로 갈 수록 매번 실적 예상 증가분이 상향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약세 등 외부요인 우호적

수익력 향상을 바탕으로 기업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부적인 요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경기가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9월 이후, 미국·유럽·중국·일본의 경기체감지수는 50을 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미국, 영국, 독일, 한국, 인도, 브라질, 필리핀 등 각국의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급격한 엔화약세도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 8일 달러당 107엔대까지 진행된 엔화강세는 이후 반전해, 약 2개월 남짓인 10월 하순에는 달러당 113엔대까지 약세로 전환됐다. 엔화약세가 진행되면 될수록 달러 결제를 수반하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엔화약세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일본 주식을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주가상승의 촉매제로도 작용한다.

한편, 이같은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의 올해 저점은 4월 17일에 기록된 1만 8224엔이다. 이후 7개월 남짓인 11월 7일에 올해 최고점인 2만 2937엔을 찍었다. 상승폭은 4713엔으로 상승률은 23%에 달한다. 급격하게 오른 만큼 반발 매도세로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비례해서 높아지고 있다.

'버핏지수'도 전세계적인 주식투자 과열 움직임을 지적하고 있다. 버핏지수란 전세계 주식시가총액을 전세계 명목GDP(국내총생산)로 나눈 것으로 현재의 버핏지수는 과열을 나타내는 '100'보다 높은 상태다. 1999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IT버블 등 과거의 사례에서 보면, 버핏지수가 100을 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 주식시가총액은 여지없이 큰 폭으로 무너져 내렸다.

미 FRB 금리인상 가시권

향후 주가의 향배를 쥐고 있는 것은 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여부다. FRB는 조만간 QE(양적완화)에서 QT(양적긴축)으로 방향타를 틀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 취임하는 파월 신임의장이 자칫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경우, 글로벌경기는 얼어붙고, 이와 동시에 엔화는 강세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FRB의 금리인상은 미국 주식의 이익 확정 매도를 초래하고, 엔화강세는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주식에 대한 매도세를 불러올 것이다.

고베제강·닛산자동차 데이터조작 사건 잇따라

고베제강과 닛산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부정행위도 주가 폭락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고베제강이나 닛산자동차의 불미스런 일들이 개별 기업 요인으로서 상쇄될 수 있지만, 기업실적에 대한 상향 조정이 일단락된 11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흐름이 둔화된다면, 외국인투자자가 이들 개별기업의 부정을 일본 주식의 매도 이유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베제강의 제품은 자동차, 인공위성, 반도체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어, 고베제강의 데이터조작 문제가 일본 제조업 전체를 둘러싼 신뢰를 떨어뜨릴 개연성이 있다. 바꿔말하자면 일본 주식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리스크 등 불안요소

북한 리스크도 상존하는 위험 요소다. 최근의 주가상승세는 지난 9월 15일을 마지막으로 미사일발사 실험이 멈춘 덕에 비롯된 안도랠리의 성격도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대부분은 북한 문제에 대해 악화도 개선도 없는 교착된 사안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북한의 도발 여부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군사 충돌 우려가 높아질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익 확정 매도에 나서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15일 이후 더이상의 미사일 발사 실험은 없었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북한 문제가 일본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역대급 강세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의 주식시장, 역사적인 대세장의 시작인지 폭락장의 입구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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