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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4세 할아버지가 나치 전범재판을 받아 4년형이 언도되었다. 죄목은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회계담당자로 30만 명 이상의 유태인 학살에 간접 관여했다는 이유다. 무려 72년 전에 간접적으로 유태인 학살에 관여한 일로 독일나치 전범재판으로 죗값을 받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적폐청산 문제를 놓고 논점을 흐리는 언론사와 정치인들 그리고 거기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시간낭비일 수 있을까? 적폐청산이 마치 국가경제 성장력을 저해하는 요소인양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 양 호들갑을 떨면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대충 넘어가라고 성화들이다. 왜일까?

일제강점기에 자력으로 해방을 맞아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건국하면서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단죄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서는 아닐까.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간파해 기득권을 차지한 그들은 여전히 사회상층부로서 권선징악(勸善懲惡), 인과응보(因果應報) 라는 기본진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잘 산다.’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가 지켜지는 사회여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죄 짓지 않고 착하게 살면 자손들에게라도 부모세대에 쌓아놓은 덕이 전달될 것이란 희망이라도 있어야 팍팍한 삶에 자그마한 위안과 숨을 쉴 틈이 있기 때문이다.

영월 단종유배지로 알려진 청령포에 가본 적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천연유배지였던 그곳에 어린 단종은 삼촌인 세조에 의해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상태로 위리안치 되어 있었다. 2년 뒤 복위운동의 주모자로 몰려 사약이 내려지자 17살의 어린 나이로 자결하고 만다.

사실 단종은 업적이랄 게 없는 비운의 왕일뿐이었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경국대전을 편찬하고 세금제도와 군사제도를 다잡는 등 치적으로만 따지면 성군 반열에 오를 만큼 왕으로서 출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의 사람들은 비운의 왕으로서의 단종을 기리고 애달파하며 곳곳에 흔적을 남겨두었다. 세조를 기억하기 보다는 단종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 장소만 남아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이에 대해 유시민씨는 “아마도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인과응보의 메시지들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단골소재이다. 가끔씩 열린 구조로 되어있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이유도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드라마에서라도 대리만족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속시끄러움이 남아서일 것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질 국가정보원이 댓글부대로 동원되고 국가권력이 마구 휘둘러져 국가의 근간이 흔들렸던 부패의 현장을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마치 개인의 복수인 것처럼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에 대해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다’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나라였음 한다. ‘단종이야기’에서처럼 결과만 중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하는 과정 중에 행복해지는 나라였음 한다. ‘전범재판’에서 보듯 잘못한 것은 끝까지 밝혀 잘못이 바로잡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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