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카카오톡 홈페이지

‘카톡 카톡’ 수시로 울려대는 카톡 메시지가 반갑지 만은 않은 요즘이다. 사회생활의 주요 연결망으로 자리 잡은 카톡 인지라 단체 카톡방(이하 단톡방)도 많다. 단톡방일 경우 나와는 상관없는 대화 내용에 일일이 답글 달기도, 그렇다고 방을 뛰쳐나오기도 애매한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문명의 이기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주부 이모씨(37, 상암동)는 카톡을 아예 삭제했다. 친구들이 연락 안 된다고 카톡을 왜 안 까느냐고 성화를 해도 문자로만 주고받는다. 키톡을 깔면 시댁 식구들의 무분별한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불편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그 편이 속편하다고 말한다.

한동안 SNS 열풍 속에 시댁 식구들이 친구맺기를 걸어와 멋모르고 허락했다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거 같아서 계정을 삭제했다고 힘듦을 호소한 이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근무시간 이후에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통에 카톡을 삭제하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퇴근 후 울리는 업무지시 카톡은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듯한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한다. 퇴근 퇴근시간 후에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련법안도 국회에 제출되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 코리아는 지난 9월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카톡금지법’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직장인 10명중 8명에 해당하는 85.5%는 ‘퇴근 후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메신저 업무 연락에 대한 인식은 모두 부정적이었으며 ‘퇴근 후 카톡금지법’의 필요성을 묻자 직장인 87.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해 온 기성세대들은 과로가 익숙한 세대라서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일 뿐이고 자아실현은 퇴근 후 취미생활에서 찾는 젊은 세대들과는 세대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사는 필요할 경우 카톡으로 업무지시가 가능한 것이고 퇴근 후 업무지시는 내 개인적 시간을 빼앗는 부당한 행위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가 이기적 세대로 비춰지는 것이다.

주부들도 직장인들도 학생들도 노인들도 카톡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카톡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피로를 부추기는 세상이다. 몰라도 되는 아니 모르면 서로간에 오해도 안 쌓일 일까지 세세하게 알게 되어 피로가 쌓여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아날로그 세대에 대한 향수가 생겨나는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바꿔달라고 하고 기다리던 순간의 떨림과 설레임, 손편지로 꾹꾹 그리움 담아 빨간 우체통에 넣고 답장 기다리며 매일 우편함을 열어봤던 그리움, 엽서에 사연 가득담아 라디오에 보내놓고 채택되기를 바랐던 간절함, 가을이면 곱게 물든 단풍잎을 책갈피에 넣어두고 시라도 한편 적었던 감수성, 겨울이면 털실로 목도리를 짜서 좋아하던 사람에게 선물해 주던 고운 마음 등등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콩닥거리게 만든다.

아날로그는 느리지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데 반해 디지털은 빠르지만 그 속에 사람의 마음이 빠져버린 느낌이다. 꼭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느낌의 공허한 카톡 메시지가 아니라 카톡에도 마음을 듬뿍 담아 사랑의 메시지라도 날려봄이 어떨까.

퇴근 후 업무 카톡금지는 사회적 관행을 불식시키는 것을 먼저 해서 사회적 통념상 안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제화가 필요하면 그때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법이란 최소한의 것을 기준으로 두어야 하지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시집간 딸을 유학 보내놓고 내 불안한 주부 김모씨(53, 정자동)는 “만나지 않더라도 주고받는 카톡 메시지로 매일의 일상이 연결되어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놓입니다. 오히려 멀리 있으니 애틋해 더 자주 문자 주고받아요. 카톡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모든 사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되도록 장점만을 잘 살려 카톡의 일상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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