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와 부동산 가격 폭락 사례 없어

최근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토론회’에서 무릎 끓고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호소한 장애인 엄마의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 장민희씨(여, 46)는 지적장애 1급인 딸이 있으나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해 공신초교 부지에 특수학교가 생겨도 딸이 다니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엄마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절실함을 알기에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행동이 먼저 나간 것이다. 거기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쇼하지 말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며 야유해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님비는 ‘not in my backyard’를 줄임말로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핌피현상(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익이 될 만한 시설을 서로 들어오게 하려는 행동)’과 함께 대표적인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교 부지에 지적장애인 140명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 설립을 2013년 이후 추진해 왔다. 옛 공진초교 부지 외에도 서초구 옛 한남초교 부지, 중랑구에 설립예정인 ‘동진학교’ 부지도 이곳처럼 주민반대에 직면해 있어 서울에선 지난 15년 동안 공립 특수학교가 단 한곳도 신설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장수연(38, 월계동)씨는 “만약 자신의 집에 장애인이 있다면 할 수 있는 행동일까요? 극단적 이기주의에 화가 났어요. 남을 한번만 돌아보면 그런 야비한 행동은 할 수 없을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단지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오만과 편견으로 그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을 권리는 어디에 있다는 말일까? 아마 반대하러 모인 주민 한 사람씩 따로 불러 물어보면 그들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다수면 옳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폐단이고 폭력이다. 학교폭력에서 집단 따돌림이 나오는 이유도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다수에 속해 있으려고, 내가 소수로 남아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침묵하고 합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함정이고 폐단이며 미성숙한 행동이다.

실제로 특수학교가 들어와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그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원이나 편의시설 등을 함께 만들어 지역 주민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으로 해결방안을 찾아 이 문제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2세 조기교육부터 특수교육을 시작하는 영국은 모든 학교에 장애학생 교육전문가가 배치되어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비장애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은 뒤 교사들이 개인별 추가지도를 해준다.

프랑스에선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등록하면 위원회가 개별 맞춤 프로그램을 짠다. 장애인 학교생활 도우미가 교사를 도와 필기와 식사 등을 돕기도 한다. 이처럼 선진국은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가 교육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제적 부만 축적되어서 선진국이 아니라 사회통합 차원에서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 소통하고 양보의 미덕을 아는 국민의식이 성숙되어야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수업하는 일반학교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밀착교육이 더 필요한 이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는 인성이 살아있는 학교현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옛 공진초교 자리에 꼭 특수학교가 설립되어 무릎까지 꿇었던 모정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진짜 선진국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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