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 상대빈곤율 49.6%···OECD평균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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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30년 노인빈곤층 500만 가구 돌파 전망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에 달한다. 상대 빈곤율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을 뜻한다. 이렇듯 한국 노인의 절반은 빈곤층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에 접어든 이웃나라 일본의 노인 빈곤 실태는 어떠할까. 

일본에서 한때 유행하던 '노인(65세 이상 고령자)은 부유하다' 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다. 노인이 부유했던 것은 '단카이 세대(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 이전까지다. 현재 50대의 50% 가까이는 국민연금 미납자로 향후 '무연금'나 '저연금'인 상태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10년 후인 2030년 경에는 '일자리·저축·연금' 없는 3중고에 처한 노인이 속출하게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정년을 맞이한 A씨.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여 40대 후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급여는 60세 정년 때까지 지속돼, 연수입은 피크시의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5년간의 정년 연장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업무내용은 거의 동일한 반면 급여 수준은 퇴직전의 절반 정도라는 말을 듣고, 직접 일을 찾고자 은퇴를 선택했다.

게다가, 회사의 실적이 악화된 시기에 퇴직금제도가 변경된 탓에 예상보다 훨씬 낮은 퇴직금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정년 후에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그럭저럭 노후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직업 안정소나 취업 소개소, 인맥 등을 활용해도 취업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A씨는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어 언젠가는 생활보호대상자가 될게 뻔하다"며 원망어린 한숨을 토해냈다.

앞으로 이러한 '빈곤노인'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 기준, 생활보호 수급 세대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 세대인 것을 감안할 때 향후 생활보호 수급 고령자수는 더욱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유한 노인의 이미지는 현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단카이 세대'를 분수령으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1950~60년대 전반에 태어난 세대는 90년대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국내외 경제위기의 국면에서 큰 폭으로 임금이 깍기거나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하 후생성)의 국민생활기초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의 생활의식 항목에 따르면 '매우 힘들다'와 '약간 힘들다'의 합계가 1995년도에는 37.8%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에는 46.1%, 2004년에는 과반수인 50.0%까지 상승을 지속해, 10년 후인 2014년에는 58.8%에 달해 과거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이 비율이 조금 줄어든 반면, '약간 여유있다'와 '매우 여유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양극화 현상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후생성의 국민연금 피보험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940년대 후반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연금 미납·면제자 비율이 30% 정도인 반면, 그 이후인 50년대 초반 출생(65세 전후)은 35% 전후, 50년대 후반 출생(60세 전후)는 45% 전후, 60년대 전반 출생(55세 전후)는 40%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보험료를 낼 수 없거나 적게 냈기 때문에 수령할 연금액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연금수령액이 최저생활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처럼 무연금자나 저연금자가 되는 이유는 취업 기간내의 저소득이 가장 큰 원인이고 이에 대한 상징처럼 자리한 것이 비정규직의 증가다.

현재 임금근로자의 40%는 파트나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이다. 1990년에 비정규직 비율이 20%에 였던 것을 감안하면 25년동안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 배경에는 단카이세대의 정년이 자리하고 있다. 정년 연장으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아시아 통화위기나 IT버블 붕괴, 리먼사태 등 경제위기에 휘말리면서 급여삭감이나 구조조정을 경험한 1950년대 출생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군에 포함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수입이 최저생활비(현재 도쿄도에서는 200만엔 정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미치더라도 턱걸이 수준에 저축이 전혀 없는 세대인 '빈곤노인', '빈곤노인 예비군'의 증가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무연금 세대와 주수입원을 연금에 의존한 저소득(연수입 200만엔 이하) 가구인 '빈곤노인가구'는 1997년 211만 가구에서 2012년 445만 가구까지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총 고령자가구(1327만)의 4분의 1이 '빈곤노인가구'인 셈이다.

1950년대, 1960년대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연금생활에 돌입하면 2030년에는 빈곤노인가구가 5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후생성이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 '임금구조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의 소정내급여는 전년과 비교해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성별·연령계층별로 봤을때 45~54세 남성과 60대 전반의 남성, 60대 여성의 임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수를 감안하면 40대 후반~50대 초반 남성의 임금하락률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성이 전체 임금 상승을 짖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60대 초반 남성과 60대 여성의 임금 하락의 요인은 정년 연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40대 후반~50대 초반 남성의 임금 하락 요인은 무엇인가? 이 연령층은 버블기 전후, 구직자 중심의 고용환경 속에서 대규모 채용이 이뤄지던 시기에 입사한 세대로 승진율 저하 등으로 평균 임금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종래의 연공서열 임금체계에서 성과급제나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임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사례가 많아지게 된 것도 임금 하락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법적으로는 60세 정년까지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정년을 맞이해도 본인의 희망여부에 따라 고용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업은 40대 후반~50대 초반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거나, 정년 연장 이후에는 급여를 대폭 삭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의 A씨의 사례가 그러하다.

40대 후반~50대 초반은 자녀의 진학과 부모의 개호(간호)가 시작되는 시기로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동시에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고려해야하는 때이지만 임금 상승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 마저도 실천에 옮기기 힘들다.

현재 40대 후반~50대 초반은 취직 빙하기였던 단카이 주니어세대(70년대 초반 출생)이다. 또한 정규직도 연봉제로 보너스가 없거나 퇴직금 제도도 없는 서구형 고용계약을 취한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의 직원들은 정년을 맞이해도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퇴직과 동시에 저축이나 보험을 깨서 생활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형편에 처하게 된다.

충분한 저축이 있다면 안락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지만, 저축이 없다면 비참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단카이 주니어세대가 연금생활자의 행렬에 동참을 시작하면 빈곤노인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이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현역 세대가 노인을 부양하는 현재의 연금제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일자리·저축·연금' 없는 '노인빈곤'의 문제는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튼튼하다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가난 앞에서 무력한 일본 사회의 모습은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인데다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웃도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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