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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이 지닌 힘 키워야!
2017.08.07 | 최종 업데이트 2017.08.07 10:10 | 이승휴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한낮의 열기는 고스란히 밤까지 지속되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더워서 잠들 수 없는 밤 자리에 누워 뒤척거려봐야 불면증에 시달릴 뿐이다. 그럴 때 억지로 잠들려 하지 말고 일어나서 가벼운 책을 읽으면 잠시 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때쯤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면 쉽게 잠들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릿속으로는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세상사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재미있어야 또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자신의 독서패턴에 맞게 책을 선정할 수 있게 되고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는 내공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그때까지는 의식적인 노력의 과정이 들어가야 한다.

알쓸신잡(‘알고 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나온 소설가 김영하씨는 교과서에 실리는 단편소설이나 시 등은 책의 즐거움을 찾기에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특히 단편소설의 경우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을 친구들과 토론하기도 하고, 독후감을 쓰기도 하면서 책을 읽고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지극히 일부분인 지문에서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게 하거나 뜻을 묻는 문제를 내는 것은 책을 읽는 기쁨을 처음부터 차단시키는 결과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맞는 얘기다.

문제풀기 위한 시 읽기와 답 맞추기 위한 지문읽기에서 책을 읽는 재미 또는 흥미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감정의 크기로 내용을 이해하진 않는다. 그 작품에 대한 생각들도 다 다르다. 그래서 함께 읽고 나누어 보는 것이 책에 대한 내용파악을 좀 더 풍성하게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지식의 폭과 감정의 다양함에 따라 자신만의 색깔과 상상력으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최근 독서토론 모임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각자 책을 읽고 토론하는데 돈까지 내면서 투자할까? 싶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라 한다. 아마도 지식 욕구에 많이 목말라 있었던 모양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책의 내용을 온전하게 받아들여 ‘삶의 지혜’로 탈바꿈하려는 욕구의 반영일지 모르겠다.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면서 장남삼아 시작된 고민편지에 진지하게 답을 해준 할아버지와 그 이후 고민상담의 주인공들이 할아버지 기일 30년째 되던 해에 손자가 띄운 ‘할아버지 상담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답신 공지 글을 보고 ‘감사하다, 큰 도움이 되었다, 잘 살고 있다’는 내용으로 후손에게 보내온 내용으로 추운 한겨울에 포근한 흰 눈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 한권의 행복함이다.

안국역에서 정독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온기우편함’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다. 고민을 익명으로 써서 넣으면 따뜻한 손 편지로 답신을 써서 고민상담자에게 배달되어진다니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답장을 쓰는 사람인 ‘온기우체부’들은 100% 자원 봉사자들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고민우편함에 많은 서신들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고민들이 많은 힘든 세상이다.

독서토론 클럽이나 손 편지 우편함 등은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고 표현하는 쉼표 같은 요소들이다.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서는 감정을 건드리는 아날로그적 사고가 더욱 커질 거라 예상된다. 신성한 ‘노동생산성’이 기계로 대체된다면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 내야하고 그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노동’이 되지 않을까?

막연하지만 사람들이 자꾸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회귀하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 대한 본능적인 불안함이나 두려움으로부터의 탈출구로서가 아닌가 싶다.

미래사회에서 인간은 감정을 건드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처럼 ‘변하지 않을 것’에 가치를 두고 그 가치를 살려나가면서 감성을 키우는 작업들을 하면서 더운 여름 슬기롭게 대처해보자.

이승휴 기자  tmdgbtkfk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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