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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넘쳐나는 '빈집' 옆에 들어서는 '새집' 왜?日지방은행 임대주택사업자대출 13조엔···사상최고치
2017.07.24 | 최종 업데이트 2017.07.25 12:17 | 이준 기자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매년 급증하는 '빈집'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일본에서 지방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건설 붐이 일고, 지방은행의 임대주택 사업자 융자잔고가 사상최고치에 달하는 등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우려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개인 임대주택 사업자 융자 잔고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7.2%포인트 늘어난 약 13조8000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BOJ가 2009년 관련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미쓰비시도쿄UFJ와 같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관련 대출을 줄여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대형은행의 융자 잔고는 2조4000억 엔 정도 줄어 지난 3월 말 현재 8조6000억 엔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지방은행이 개인 임대주택 사업자 대출에 매달리는 된 것은 토지등의 담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역경제 쇠퇴로 우량기업에 대한 신규대출 발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부터다. 일례로 대형은행과 지역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토카이(東海)지역의 지방은행은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나고야금리'라고 불리울 정도의 초저금리 경쟁에 수년간 내몰려져 왔다. 

설상가상 지난해 2월 BOJ가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지방은행의 수익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이너스금리로 인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지방은행의 이자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일본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82개 지방은행 중 80%는 지난해에 큰폭의 이자수입 감소를 경험했다.

줄어든 이자수입 감소분을 메꾸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지방은행의 숨통을 틔어준 것은 다름아닌 임대주택 건설에 뛰어든 개인들이다. 

지난 2015년 1월1일부터 개정 상속세법이 시행되면서 상속세의 기초공제액이 ‘5000만엔+1000만엔×법정 상속인 수’에서  ‘3000만엔+600만엔×법정 상속인 수’로 대폭 줄어들고, 상속세 최고세율(6억엔 이상)도 50%에서 55%로 올랐다. 이에 따라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일본의 상속세법은 현금자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부동산을 물려줄 경우 평가액이 낮아진다. 게다가 임대용으로 신고하면 평가액이 더 낮아진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개인들이 절세대책으로 임대주택 건설에 대거 손을 대기 시작한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즉, 세금을 적게 내려는 개인과 대출을 늘리려는 지방은행 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때아닌 임대주택 건설 붐이 시작된 것이다.

자료 : 일본 국토교통성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을 시작한 임대주택이 재작년 대비 11.4%포인트 증가한 42만7275호에 달했다. 역시 2008년도 이후 최고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융자잔고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BOJ에 따르면 아파트론을 포함한 지방은행의 임대주택 사업자 융자잔고는 '적정치'보다 전국평균으로 7%를 웃돌았다. 그중에서도 큐슈·오키나와지역은 18.9% '과다'로 이 지방 대표은행인 미야자키은행의 지난해 부동산 융자잔고는 5년전에 비해 약 70%나 팽창했다. 이 중 절반은 아파트론으로 전년대비 5.7%나 급증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가뜩이나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일본에서 과도한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거품' 징후는 일본 지방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에현 즈시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지역 근처의 주택가에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신축건물을 찾아 볼 수 없었지만, 현재 2층짜리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 지역에는 지난해 말 5개 동이 들어선 상태고, 또 다른 한곳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주변에 향후 250세대분의 신축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이미 빈집이 넘쳐나는 데도 바로 인근에 또다시 임대아파트를 짓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미 완공된 주변의 아파트나 맨션 입구에는 '입주자 모집중'이라는 플랭카드나 입간판이 눈에 띈다. 약 20세대가 입주가능한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한 여성(42)은 "최근 수년간 입주자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이런 임대주택들을 ‘아파트 긴자(銀座: 은행 빚으로 지은 주택)’라는 과거 버블 시기의 유행어에 빗대며 건설회사도 지방은행도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거품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도 지방지역을 중심으로 한 임대주택 건설 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금융청은 지난해 12월 융자잔고를 늘린 12개 지방은행을 추출해 상세한 계약 내용을 제출토록 했다. 충분히 심사하고 대출한 것인지 융자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일본은행도 "부동산의 수익성 조사가 미흡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은행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나 실수요를 무시한채 대출에 나설 경우 주택 사업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해는 이들 지방은행에 대한 아파트론 심사체제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이준 기자  pressm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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