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논란으로 찬반 논쟁 뜨거워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블라인드채용 의무화’를 제시하며 지난 7월 5일 ‘평등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332개의 모든 공공기관은 2017년 7월부터, 149개의 지방공기업은 해당 공기업의 인사담당자 교육이후 8월부터 블라인드채용이 전면 도입된다.

블라인드채용이란 공기업 채용 시 학력, 경력, 자격증, 어학점수, 해외활동 등의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인성, 업무와의 적합성 등만을 고려하여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블라인드채용 전면시행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동안 우리사회에 수저논란이 있었다. 출발부터가 달라서 정말 뛰어난 극소수의 몇 명은 갖고 태어난 수저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사회구조적 탄력성이 없어진지 오래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그들만의 세상’ 인맥을 헤집고 금수저 그룹에 들어가기는 일찌감치 글러먹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꿈과 희망을 얘기하면서 희망고문을 해왔다.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가능하지 못한 것은 ‘네가 게으르거나 꿈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획일화된 신분제 사회는 아니니 아등바등 상층부로 이동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노력의 일환으로 대학생이 되어서도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1학년 신입생 때부터 취업 스펙 쌓기에 돌입해 방학기간에도 아르바이트를 뛰어가며 어학원에 다니고 시험보고 그리고 졸업한다. 공채에 이력서 100여 통씩 집어넣어 보지만 서류전형에서 줄줄이 탈락, 취업준비생들의 탄식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불확실한 입사시험에 매달리기보다 점수로 커트라인이 매겨지는 공무원 시험에 취업준비생이 몰려드는 이유가 ‘그나마 공정하다’는 느낌이 크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무한경쟁시대에 지친 영혼들이 안정추구의 삶에 안착하고 싶은 욕구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이 없는 삶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블라인드채용으로 불균형한 구조를 재조정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불균형은 존재하고 재분배의 문제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면 올바른 방향설정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법의 시행에 있어서는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일의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스펙 쌓기가 필요 없는 교육계 혁신이 선행조건이 될 수 있도록 해야 그 효과가 배가 되지는 않을까 싶다. 또한 그 법의 수혜자 대다수가 ‘공평한 법’으로 인지하도록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있어야 인재를 채용하고 기르는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보여 진다. 그 과정이 수용될 때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블라인드채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펙을 열심히 준비해온 취업준비생 A양(24, 성남시)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노력한 사람과 안한 사람이 똑같이 취급받는 거 같아 그동안 밤잠도 설치고 공부했는데 허탈감마저 들어요.” 라고 말한다.

이력서에서 상대적으로 스펙에 밀려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B군(28, 고양시)은 “공부 잘하는 것이 꼭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죠. 스펙을 떠나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인 거 같아요.” 라고 말한다. 같은 취업준비생이라도 이처럼 엇갈린 의견을 보이며 찬반논쟁 중이다.

자녀들의 취업을 앞둔 노모씨(58, 노원구)는 블라인드채용 시행을 접하면서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 인사시스템에서 스펙 자체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일하는데 전혀 소용없는 스펙 쌓기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한 평가기준은 채용회사의 채용기준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마련될 때 가능하며, 업무수행 능력이 정확히 반영되는 채용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위에서 밀어붙이는 제도가 아닌 아래로부터 수렴해서 공정한 채용기준부터 마련하는 선행조건 위에 블라인드채용으로 취업준비생 모두가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서 이직률도 낮추고 실직률도 적은 건강한 국가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래서 ‘빈부의 계급 간 탄력적인 사다리’ 기능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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