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GDP성장률 연율환산 2.2%···해외언론 잇단 재평가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회복 기조 뚜렷···물가상승이 관건

4년반 전에 20여년 가까이 이어져온 디플레이션을 탈피를 목표로 '금융완화·재정확대·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을 쏘아올렸던 '아베노믹스'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며 비판 일색이던 시장의 평가가 최근들어 사뭇 달라지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5분기 연속으로 증가하는 등 완만하지만 회복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 언론 등을 중심으로 아베노믹스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아베신조 총리의 수완을 재평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1~3월)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연율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예상치 0.4%(연율 1.8%)를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일본 경제가 5분기 이상 플러스 성장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이즈미 내각 때 6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GDP 성장률 2.2%라는 숫자는 애널리스트가 예측했던 1.7%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장기적 잠재성장률 0.7%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4년 반 동안 쉼없이 추진해온 아베노믹스를 발판삼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2005년~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당시 6분기 연속 성장 증가에 이어 전후(戰後) 두번째로 긴 연속 성장으로 잠재성장률이 0%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경기회복세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수출과 안정적인 국내수요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경기도 우호적이다. 아베노믹스가 미국과 신흥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언론 모두 일본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율환산 2.2%에 달하는 실질GDP와는 달리 정작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일본의 명목 GDP는 연율 환산으로 오히려 0.1% 감소했다. JP 모건의 이코노미스트 아다치 마사미치씨는 늘어난 수입 비용을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바로 이점이 일본은행이 목표로하는 물가상승률 2%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현재의 일본경제를 성장과 기업·가계의 디플레이션마인드가 줄다리기 하고 있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NYT는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정책이 성장을 견인한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물가상승은 여전히 목표치와는 거리가 먼 상태로 물가상승 없이 현재의 성장률은 지속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FT는 물가상승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아베노믹스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덧붙였다.

FT는 또 일본의 고용환경을 예로 들어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 압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일본의 실업률은 2.8%,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모두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FT는 이같은 구직자 중심의 고용환경은 자연스레 소득증가로 이어지고 빠른 시일내에 인플에이션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일본정부가 세입 둔화를 반영해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형으로 전환하면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는 일본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멍청하고 터무니없고 재정목표 대신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까지 지속적인 아베노믹스의 강력한 추진을 주문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4년 반 동안 아베노믹스 성과를 감안할 때 아베 총리가 2020년을 넘어 9년의 초장기 집권을 하게 될 경우 일본 경제는 상당한 수준의 재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유모토 켄지 부이사장도 이전 정부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한 아베노믹스가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베노믹스가 흔들림없이 추진되길 기대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세가 지속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집권할 때의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닛케이 평균주가도 아베정권하에서 2배 가까이 오르며 최근 2만엔대에 근접한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FT와 블룸버그는 모두 안정적인 회복기가 도래하기까지 앞으로 수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 재생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27%에 달해 사회보장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GDP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블룸버그는 견조한 외수와 엔화약세, 재정확대 등 외부 또는 일시적인 요인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의견도 소개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파격적인 이민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도 구조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년 반동안 우여곡절 속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어 온 아베노믹스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의 터널을 뚫고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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