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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 듦을 제일 먼저 외모에서 찾는다. 그래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외모 가꾸기’에 열성을 다하여 동안(童顔)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왕이면 남보다 곱게 늙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100세 시대에 50세부터 노인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늙는 것일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면 나이 듦을 거부하는 ‘anti-aging’ 보다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well-aging’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지는 않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잇값을 못 한다’ ‘몇 살에는 ~이래야 한다’처럼 ‘나이’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든지 우리나라 사람처럼 나이부터 물어보는 문화도 특이하다. 일적인 만남에서 나이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이 듦’과 ‘늙음’은 이란성 쌍둥이 같다. 같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그 둘은 함께 가지만 하나는 멈춰서 낡아갈 뿐이고 다른 하나는 경계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음으로 다르다. 즉 육체(=몸)는 늙고 정신은 나이가 드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만은 청춘’이 될 수 있다.

제일 처음 나이 듦을 느끼는 노화현상은 몸이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그래서 ‘aging’을 막으려고 애쓰고 노력하게 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anti-aging’에 쏟아 붓는 돈과 열정을 ‘늙어감’에 두지 말고 ‘나이 듦’에 두고 새로운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

최근 욜로를 표방한 tv 프로그램 ‘윤식당’의 시청률이 높았다. 식당을 차려놓고 별로 신선할 것 없는 메뉴를 만들어 파는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말이다. 윤식당의 주인공 윤여정씨와 신구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다.

나이 든 두 배우의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 없이 해내는 모습, 서툴지만 해내려는 과정에서의 열려있는 오픈 마인드의 자세 등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처럼 나이 들어가면서 가질 수 있는 고집 편견 오만 등을 내려놓고 ‘나이 듦’을 살아온 경험과 풍부한 데이터로 활용하는 오픈 마인드가 ‘곱게 나이 듦’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의욕과 체력은 반비례 곡선을 그리며 가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없어져버린 젊음’이란 빈 공간에 ‘이해와 포용’이란 나잇살이 자리 잡을 때 ‘나이 듦’은 순응의 자세인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쓴 책 <뉴에이징>(마티아스 홀위치 저)은 저자가 건축하자여서인지 집에 대한 철학이 새로웠다. ‘내 집에서 나이 들고 죽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집 개념으로 늙어서 거동이 불편해질 것에 대한 대비로 실용성을 갖추지만 디자인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에 대비하여 계단, 현관, 욕실 등에 현대식 난간과 문고리들을 기능적으로 만들고 휠체어까지 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으로 ‘늙음’을 거부하지 않고 순응하면서 ‘나이 듦’의 새로운 삶을 관계 속에서 찾고 이동성이 떨어지면 신문물을 통한 접근성으로 대체할 줄 아는 현명함을 제시해서 신선했다.

얼마 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거동이 불편해 집이 온통 쓰레기 집으로 변해 악취가 진동하는 집들을 돌며 쓰레기 수거 붕사활동에 나섰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집의 시스템을 바꾼다면 적어도 사람이 사는 집이 쓰레기장으로 변하진 않겠지? 싶어져 이 책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늙는다. 초보 노인인 셈이다. 초보이고 처음이기에 ‘늙어감’을 배워야 ‘잘 늙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고령사회인 우리나라도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누구나 그냥 늙어가지 말고 잘 나이 들어가서 ‘행복한 나이 듦(well-aging)’을 살 수 있도록 짜주었으면 좋겠다. 양질의 청춘대학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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