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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나 동전같은 형태가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열풍이 일본을 휘감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점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본 금융·산업계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트코인 탄생 8년, 지난 22일에는 1비트코인당 2,085.21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레스토랑 등에서 방일외국인을 중심으로 점차 뿌리내리기 시작하던 비트코인은 최근에는 전자제품할인점이나 편의점에 까지 퍼지고 있다.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 빅카메라와 여행·식음료·외식·미용 관련 결제지원 서비스업체 리크루트라이프스타일 등 일본 내 30만여개 점포에서 올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가격상승도 비트코인 활성화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1일 비트코인은 일본에서 거래량이 급증한 덕에 1비트코인당 1422.22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한 비중은 52.35%에 달해 달러화(28.12%), 위안화(8.23%), 유로화(4.92%) 등을 압도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6년여 만에 1천배나 상승해 엔젤투자자로 알려진 로저바 씨는 비트코인 투자만으로 100억엔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와 같은 비트코인 백만장자는 전세계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에서는 거의 매일 새로운 가상화폐가 탄생하고 현재까지 약 1000종 이상이 있다. 주요 약 700통화만으로도 시가총액 약 770억달러가 넘는다.

가상화폐가 빠르게 뿌리 내리면서 일본의 높은 현금결제 비중을 가상화폐가 낮출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주요 은행 객장마다 인감을 지참해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을 흔히 볼 수 있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매장이 적지 않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유통 잔액 비율은 19.4%로 미국(7.9%), 한국(5.5%), 스웨덴(1.7%) 등보다 크게 높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경쟁국 업체에 비해 현금 보관과 운송, 이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 정부의 가상화폐 활성화 지원도 예사롭지 않다. 오는 7월부터 가상화폐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일본에선 지난달 1일 시행된 개정자금결제법에 따라 가상화폐는 선불카드나 상품권과 같은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가상화폐 교환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일본 가상화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18개사 정도가 가상화폐 거래 등록을 준비 중이며, 인터넷 증권사 등 10여곳이 신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자체 가상화폐 발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들어, 이바라키현 카스미가우라는 스마트폰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상화폐 '지역포인트'를 발행해 지역활성화에 나선다.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개인도 있다. 일본의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인 사노마야 씨는 자신만의 가상화폐 'SANOMAYA'를 발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가상화폐를 발행하면 시청자가 매매하는 구조로 인기가 높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투기머니가 시세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환율이 급락해 자산이 쪼그라들 위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과 달리 가상화폐 관련 법 체제가 정비되어 있지 않는 나라도 많다. 돈세탁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가상화폐가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서 엔화를 대체할 정도의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길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본은 막대한 규모의 정부채무를 안고 있지만, 엔화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는 매우 높다. 결제수단으로서 가격변동이 심한 가상화폐보다는 엔화가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운용 대상으로 인기가 높지만, 통화로서 어느정도까지 대중성을 가지게 될 지 향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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