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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욕이 없고 재미도 없고 살맛이 안 난다고 호소하는 주부들이 있다. 함께 어울려 잘 활동해왔던 모임에서도 트러블 메이커로 찍혀 모임에 안 나간지도 좀 되었다. 바닥으로만 추락하는 마음은 끝 갈 데 없이 추락하고 짜증과 화만 내는 모습에 지켜보는 가족들도 슬슬 지쳐만 간다.

이처럼 평상시 굉장히 쾌활했던 사람이 심한 감정 기복을 나타낸다면 십중팔구는 우울증이다. 40-50대 주부들일 경우 폐경과 함께 갱년기 증세가 나타나고 그동안 정신없이 자식 뒷바라지를 해오다 할 일이 뚝 끊김과 함께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대학생이 된 자식은 엄마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그동안 뒷전이었던 남편 역시 남의 편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문득 뒤돌아보니 내 전부였던 가족은 빈 둥지가 되고 주변에 힘들어서 하소연할 친구조차 없을 때 느끼는 허전함과 허무함, 공허함은 내 전체가 무너지는 아픔인 것이다. 평소에 자식이나 남편에게 100% 연연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둔 사람도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나는 누구지?’ ‘내 꿈은 뭐였을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우울감과 스트레스는 누구나 앓고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은 서서히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한다. 사소한 일에 욱하고 말 한마디에 발끈해서 어떨 땐 스스로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런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이 쓴 <수다의 매력>은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인간들이 지닌 수다 욕구의 원인과 결과를 추적한 책으로 ‘수다를 통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잔잔한 모험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다는 남에 대해서 험담을 하고 은밀하게 소문을 유포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의외로 긍정적 효과가 크다. 수다는 친근감을 표시하는 노력이자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요령이면서 시간도 때우고 호기심도 만족시키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쌓인 응어리가 풀린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내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어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화 즉 수다의 힘이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성 파괴에 대한 해부학>에서 ‘우리 시대에 가장 끔찍한 고통 가운데 하나는 권태’라고 발표하면서 왠지 공허하고 따분한 사람에겐 가끔 심심풀이, 기분전환, 작은 센세이션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수다는 이런 점에서 부담가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뇌의 경직을 풀어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힘을 독일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미체를리히는 ‘수다는 귀찮고 때로는 위험하고 해롭지만 사회가 채워준 족쇄를 찬 인간에겐 없어서는 안 될 통풍장치’라고 지적한다.

한때는 아이들 학교 엄마들이랑 몇 시간씩 수다를 떨고 나면 머릿속이 텅 빈 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 같아 지양했던 문화였는데 외롭다고 느낀 순간 수다를 맘껏 떨 수 있는 대상이 그립다. 아이들 대학교 들어감과 동시에 끊어진 인간관계와 새롭게 사람을 사귈 여건이 마땅치 않은 것도 한몫이 되었을 것이다.

우울하고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움직여보자.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수다로써 가까워지고 수다를 떨어 허무함과 권태감 등을 물리쳐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자존감을 높여보자.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반복하면 뇌의 행복, 긍정 신호망이 두터워져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이 강해져 우울증을 날려버릴 수 있다.

수다는 루저들의 투덜거림 취급받아 왔지만 sns 등 비대면 교류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얼굴을 맞대고 수다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 단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의 긴밀한 감정을 공유하면서 건강한 수다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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