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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형마트에서 맥주 '할인판매'가 사라지는 날日, 오는 6월 덤핑판매 벌칙규정 신설 주세 개정법 시행
2017.05.02 | 최종 업데이트 2017.05.02 18:03 | 이준 기자

일본 국세청이 오는 6월부터 맥주 등 주류의 할인판매에 대한 규제를 대폭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인 가운데 대형마트 등 소매상들은 가뜩이나 저조한 맥주 판매가 더욱 나빠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할인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대형마트에서 흔히 판매되는 '맥주 1팩(350ml 캔 6개입) 1000엔' 이하의 특별할인 맥주가 1200엔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어, 최근 수년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탈 맥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맥주는 제조업체와 도매상 그리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세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맥주 제조업체에서 도매상으로 출하된 맥주는 리베이트(지원금)와 함께 소매상으로 납품되고, 소매상은 도매상으로 부터 받은 리베이트와 제조업체로부터 받은 전단지(찌라시) 협찬금을 재원삼아 할인판매 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오는 6월부터 개정된 주세법과 주류업조합법이 시행되면 맥주 매입가격에 운송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총판매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판매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독점금지법상의 덤핑은 통상적으로 매입비용에 운송비를 더한 '가변적 비용'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지 않는 한, 구체적인 벌칙 규정이 없었다. 하지만, 개정법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회사명 공표나 주류면허 취소 등 상당히 중한 벌칙 규정이 신설됐다. 아울러 제조업체와 도매상의 리베이트 지불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과거에도 제조업체들의 리베이트 삼각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매상들의 반발에 못이겨 정착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삿포로나 기린맥주 등 대형 제조업체들도 정부의 시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리베이트 감액 협상에 나선 상태고, 도매상들도 리베이트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등의 매장에서 맥주는 집객효과를 위해 할인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할인판매의 재원은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통해 받은 리베이트와 협찬금이다. 가정용 맥주의 판로 50% 이상은 대형마트 등이 차지하고 있어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할인판매는 광고효과를 인정, 필요경비로 묵인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암묵적으로 지급되던 리베이트에 대한 삭감 움직임은 올해 들어서부터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리베이트 삭감에 돌입한 것은 기린맥주다. 지난 1~2월에 걸쳐 각 지역의 대형마트 전단지 광고에서 기린맥주의 할인광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리베이트 삭감으로 인해 가격메리트가 떨어진 기린맥주를 특별할인 상품으로 선전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린맥주를 필두로 제조업체와 도매상들이 리베이트를 줄이면서 대형마트 등의 매장내 맥주계 주류 판매가격은 이미 상당부분 오른 상태다. 전국 약 450개 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닛케이POS의 3월 맥주계 주류 판매가격동향에 따르면 캔맥주 전체의 평균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1.5% 올랐고, 캔발포주는 5.8%, 제3맥주 등 발포류음료는 평균 3.4% 상승했다.

이렇듯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리베이트 삼각은 이미 일정부분 진행된 상태이지만, 오는 6월부터 인건비나 판매관리비를 포함한 '공정가격'으로 판매해야하는 대형마트 등 소매상의 가격인상 러시는 지금부터다.

대형마트 등 소매상은 이번 개정법 시행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캔츄하이 등으로 수요이동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형마트나 주류판매점에서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맥주가 가격인상으로 인해 판매부진에 빠질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격인상은 다른 상품의 판매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형마트 등이 맥주 등을 밑지지 않을 만큼 대폭적인 할인판매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집객효과를 노린 것인데, 리베이트 삭감으로 이같은 할인판매전략을 더이상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매장내 한 판매원은 '국세청의 지도로 인상했습니다'라는 입간판을 설치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나 도매상의 입장에서 리베이트를 삭감해 할인판매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랜기간의 숙원이었다. 개정법 시행에 앞서 리베이트 감액 협상에 나서거나, 거래 중단 등의 강수를 두는 이유도 정부 주도의 가격 정상화 정책을 반기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 개정법이 적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리베이트 삭감 협상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한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다만, 업계 입장에서도 정부 주도의 가격 정상화를 무조건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탈 맥주' 현상으로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맥주계 주류시장이 이번 개정법 시행으로 더욱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1~3월까지 주요 맥주 5개사의 맥주계 주류의 과세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0.7% 감소하며 3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맥주는 1.3%나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지만,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인 캔츄하이 등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며 소비자취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먼저 리베이트 삭감에 돌입한 기린맥주도 이번 개정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주력맥주 '이치방시보리'의 1~3월까지의 판매실적은 거의 전년동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연초 내건 '연간 7% 신장' 목표 달성까지는 매우 험난한 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리베이트를 삭감하는 대신 향후 광고와 제품개발비용을 늘려 맥주계 주류의 수요을 다시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사히맥주 등은 축소 일변도인 맥주시장에서도 기능성을 높인 상품이나 맛이 풍부한 크래프트맥주 등의 맥주수요는 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산 주요 맥주 브랜드의 가격 상승이 해외수입맥주 등 새로운 사업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 이온의 PB브랜드인 제3맥주 '바리얼'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이미 연간 250억엔대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다른 유통업체 카인즈도 베트남에서 수입한 제3맥주 '황금'으로 커다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할인판매 규제강화가 일시적으로는 국내 맥주 제조업체나 도매상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격인상에 발 맞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성장 침체기에 접어든 맥주시장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미 2026년까지 맥주계 주류의 일원화하는 내용의 주세 개정법을 통과시킨 상태다. 

2017년 세제개정 대강에 따르면 2020년 10월에 현행 1캔(350㎖)당 77엔인 맥주의 주세를 7엔 낮춘 70엔으로, 제3맥주는 28엔에서 9.8엔 늘린 37.8엔, 발포주의 경우 현행 46.99엔을 유지한다. 

2023년에는 맥주의 주세를 63.35엔으로 낮추고, 제3맥주의 주세를 발포주와 같은 수준으로 높여 이원화 시킨 후, 3년 뒤인 2026년 10월 최종적으로 54.25엔으로 일원화한다.

맥주의 세율은 낮아지고 발포주와 제3맥주는 가격이 상승하는 셈이니 맥주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맥주계 주류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등 감세효과로 맥주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할인판매 규제 강화로 감세효과보다 더 강력한 가격인상요인과 더불어 1단계 주세개정이 2020년인 3년 후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분간 일본에서 맥주계 주류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준 기자  pressm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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